서울시가 지난달 24일 전국 최초로 공공보건의료재단을 출범시켰다. 서울시는 13개 시립 병원과 25개 보건소를 총괄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치료 중심보다 예방적 건강관리체계를 더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염, 재난, 응급 등 민간에서 기피하는 필수 의료서비스도 확대한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났다. 하나는 2015년의 메르스 사태다. 세계적 수준의 민간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 퇴치의 선도적 역할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메르스 사태의 온상이 됐다. 더 큰 문제는 감염병에 대비하기위해 필수적인 음압병실이 하나도 없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울시,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시립, 도립병원을 비롯한 국립병원들이 그나마 음압병실을 갖추고 제대로 환자치료를 해냈다.

또 하나는 2013년 경남도립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던 사건이다.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가 적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강행한 사건이다. 단지 경영효율성이라는 측면만 생각하고 한 조치다. 두 가지 사건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의료의 공공적 성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의료가 경제성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지를 말이다.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의료서비스가 민간 주도형으로만 이루어질 때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민간의료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의료재난 상황 등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다. 또한 질병과 의료를 둘러싼 정보와 지식의 불균형(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환자는 심신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정보도 부족하기에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의사의 말에 따르게 마련이다. 그로인해 과잉진료, 과잉치료 등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서비스의 질 저하와 의료비 부담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공공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그리고 의료분야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규제와 개입은 정당성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수는 전체의 5.7%, 공공병상으로는 9.5%에 불과하다.(2013) 선진 유럽 국가들은 70~80% 수준이다. 장기 요양시설의 국·공립 비중은 2.2%이다. 공공 의료의 공급 수준이 너무 낮다. 국민의료비 지출 중 공공 지출의 비율은 55% 정도로 OECD 평균 73%에 한참 못 미치는 하위 수준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기관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공공 의료서비스 일자리도 확대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확대는 우선 감염병 등 국민 건강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게 과잉 진료 등을 막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공공의료 기관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에게는 안정된 급료와 근무 기간이 보장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고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병원, 요양원의 간호사, 간병, 요양보호사 등의 공공의료서비스 일자리가 확대되면 정부의 실업 대책에도 기여한다. 의료분야에 교육, 보육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서비스 일자리는 약 13% 인데 비해서 스웨덴은 31%이다. 우리가 공공사회서비스 고용을 확대하면 전체 경제의 소비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선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선진 북유럽의 절반 수준만이라도 공공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서 국민의 건강행복시대를 앞당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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