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하루 앞두고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포항시의 한 시골 밭이 갑자기 흔들렸습니다. 그 흔들림은 포항을 넘어서, 남쪽으로는 울산과 부산까지, 북쪽으로는 경주와 대전, 경기도, 서울까지 감지되었습니다.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이번 포항 지진은 작년에 있었던 경주 지진보다 약했지만, 피해는 더 컸습니다. 부상자도 몇 배나 많이 나왔습니다. 많은 문화재들이 손상을 입었습니다. 또한 진앙지에서 가까웠던 한동대학교와 다수의 초, 중, 고등학교의 건물에 금이 가거나 뒤틀리면서 폐쇄되었습니다.

이러면서 제일 문제가 된 것이 바로 다음날 예정되었던 ‘수능’ 시험이었습니다.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불안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시험장으로 써야 했던 다수의 초, 중, 고등학교 건물들이 붕괴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교육부는 저녁에 전격적으로 ‘수능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합니다.

이것은 ‘지진으로 도중에 나가면 시험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던 작년 수능의 지침과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대학교들의 입시 전형도 1주일씩 미뤄졌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지진을 보던 여론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지진 소식이 발표될 때만 해도 한편으로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한편으로는 동정과 안타까움을 보내던 여론이 갈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다른 수험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리를 들어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원래 수능일인 지진 다음날, 언론을 통해서 드러난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정리하자면 ‘11월 16일에 맞춰 모든 컨디션을 맞췄는데, 갑자기 이렇게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날을 기다려온 부모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반발은 어쩌면 우리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반발했던 사람들의 가장 큰 심리는 ‘이것이 기회였는데, 정부가 그것을 망쳤다’는 것이었습니다.

포항의 수험생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기회로 생각했는데, 정부가 그 기회를 빼앗아서 기분이 상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의 아픔에 동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짓밟을 기회로 생각하는 기성세대의 이기심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입니다.

물론 이기면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합니까? 내가 올라서는 것이 중요합니까? 내년에 있을 러시아 월드컵에 축구 강국인 이탈리아가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제일 큰 것은 감독이 선수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의견을 건의해도 듣지 않고, 자기에게 도전하는 선수는 기량에 상관없이 배제했습니다. 그 결과 팀은 갈라지고, 경기력은 잘못되었고, 팀은 60년 만에 월드컵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합니까? 생명이 살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내가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내가 잠시 뒤쳐지는 것 같지만, 그래야 우리도 살고 나도 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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