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확대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지국가에 대한 오래된 편견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지는 소비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경제성장의 성과로 나오는 이윤을 생산적인 곳에 투자해야하는데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는 곳에나 투자하면 그만큼 성장을 지체시킨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주류경제학은 ‘분수론’, ‘파이론’으로 대변된다. 분수론은 성장의 힘으로 분수를 내뿜을 때 거기서 넘치는 물로 서민들도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소위 ‘낙수효과’ 이론이다. 파이론은 일단 파이를 키워야 나눠먹을 것도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더 큰 성장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고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자며 서민들을 다독여 왔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60~70년대 기본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는 성장위주가 일시적으로 통했다. 그러나 저임금구조의 지속은 소비력을 약화시켜 내수경기를 침체시키고 노동생산성을 약화시켰다. 이는 결국 오일 쇼크나 IMF 등의 위기에 여지없이 속 빈 강정처럼 허약성을 노출시켰다. 90년대 이후 저성장과 경기침체는 일상적으로 우리 경제를 표현하는 말이 되고 말았다.

여기 대비되는 자료가 있다. 각 나라가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할 시점의 GDP 대비 사회복지 비중을 살펴보면, 스웨덴(1977) 27.8%, 미국(1978) 13.7%, 일본(1981) 10.4%, 한국(1995) 3.5%이다.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복지비중이 높고, 미국과 일본은 낮다. 한국은 너무도 낮다.

70년대 오일 쇼크라는 같은 위기 상황에서 상반되는 경제정책을 펼친 것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미국은 저성장과 막대한 재정적자를 지속하다가 2008년에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일본은 9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의 불황을 20년간 지속해야 했다.

그러나 스웨덴은 오일쇼크 때에 대부분 선진 국가들이 제로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2.3%의 견고한 성장을 하며 버텨나갔다. 1998년~2007년 기간에는 3.3%의 성장을 지속해 나갔다. 2008년 금유위기에도 스웨덴은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갔다. 미국, 일본이나 복지비중이 낮았던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의 파탄과 선명히 대비되었다.

복지 비중을 높인 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이제는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복지강화가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스웨덴은 기업경쟁력 강화 정책을 편다. 높은 복지에도 고성장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R&D투자 뿐 만 아니라 사회적 안정망을 탄탄히 구축하여 도태산업은 노사합의로 신성장 산업으로 전환시킨다. 노동자는 안정적 생활과 재교육으로 새로운 직업을 보장받는다. 사회적 안전망, 즉 해고의 위기상황을 안정되게 극복하는 시스템이 취약하여 구조조정이 커다란 사회적 갈등으로 야기되는 한국과 대비된다.

둘째, 공공 사회일자리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의 사회서비스 공공성을 강화하여 정부주도의 고용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사회일자리 한국 13%, 스웨덴 31%). 이는 높은 노인연금제도와 함께 사회적 소비력을 높여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셋째, 우수한 인적자본 강화전략이다. 교육 분야를 공공화한다. 다시 말해 돈에 의해 교육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열정이 있으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대학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다. 부분적 생활비 지원까지 이루어진다. 교육, 재교육, 평생교육이 체계화 되어있다.

넷째, 양성평등정책과 노인, 장애인의 경제참여정책을 펼친다. 전반적인 복지국가 정책과 더불어 양성평등정책을 통해 저 출산을 막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여성, 노인, 장애인의 참여율을 높여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킨다. 1인당 GNP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복지국가로 나아가야할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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