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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마루 이야기(상)김은호(와리마루 대표·희망교회 목사)
  • 여종승 기자
  • 승인 2018.01.1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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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본 것’과 ‘못 본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생사가 갈라질 정도의 차이다. 본다는 것은 만남이다. 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이를 테면 ‘관계’가 있는 것과 관계없는 것은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마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마을 공동체 사업은 관계를 맺는 사업이어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마을이 새롭게 관계를 맺고 관계를 확장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을공동체 사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으로 마을 공동체 활동을 시작했고 ‘와리마루’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4.16 참사가 우리 마을에서 일어났다. 우리에게 새로운 관계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맺은 관계를 넘어 선 다른 관계의 확장을 요청받고 있다.

그러기에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와동이라는 마을에서 4.16 참사를 빼놓고 마을 공동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공동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와리마루’를 중심으로 해왔던 마을 공동체 사업을 다양하게 펼쳐왔다. 필자는 2008년 1월 1일자로 안산 희망교회에 부임했다. 그 때 우리교회는 독거노인무료급식, 푸드 뱅크, 자서전 만들기 등과 함께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일을 시작한지 6년째 되는 상황이어서 이미 많은 교회와 지역에서 다양한 단체들이 더 좋은 방식과 조건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저는 6개월가량 이 일을 계속하다 더 이상 시혜적인 복지차원의 마을 일보다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노인지원사업 등을 정리했다.

그래서 와동에 마을조사를 시작했고 이 지역이 가지는 종합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와동 작은 도서관 설립 취지문’이 생겨난 계기다.

“어떤 동네든지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의 주체적인 호흡으로 꿈과 희망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만들어 가는 공간은 필요하다.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여유 없이 하루하 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자신들을 끊임없이 객체화, 주변화시키는 국가권력과 자본의 시스템 내에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지켜가는 일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을 지켜갈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새롭게 발견하며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공간은 절실하다고 본다.” 이러한 공간을 고민하면서 ‘동네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동네 사람들을 각종 프로그램으로 대상화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무엇일까? 동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소외는 어떤 것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결론은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 ‘마을 작은 도서관’은 교육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의 쉼터의 역할도 감당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와 ‘사람’과 ‘운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조합이 바로 ‘마을 작은 도서관’이다. 이 공간을 통해 동네 사람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코디하고 매월 문화제를 개최해 이를 기반으로 동네 축제도 만들고 동네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은 물론 방중 청소년학교도 열 수 있다면 동네 공동체를 회복시키고 동네가 단지 거주하는 곳의 역할을 넘어서서 대안적 사회체제의 진지 역할을 감당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마을 작은 도서관을 통해 동네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동네의 현안을 함께 고민하며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이 공간을 통해서 자신의 가진 것들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동네 공동체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면 하고 소망했다.

무엇보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의 넉넉함과 풍족함 들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했다. 삶의 여유란 돈과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이 만들어 줌을 함께 배우고 익히는 공간으로서 마을 작은 도서관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으면 했다. 이후 마을 작은 도서관을 통해 만나게 된 동네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을 넘어서는 사랑방을 만들고 안산 지역운동의 모델로서의 자기 역할을 담당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이제 안산이라는, 와동이라는 지역에서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모아지길 기원했다. 혼자 꾸는 꿈은 한 낱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됨을 믿기에 작지만 소중한 발걸음을 내딛기를 원했다. 바로 와동 작은 도서관 설립 제안문의 주 내용이다.

이렇듯 우리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2010년 5월 19일 몇몇 마을 아는 주민들을 초대해서 와동 마을 작은 도서관 설립을 위한 마을 좌담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를 통해 와동 작은 도서관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이후에 책을 모으는 일과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하는 일들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 안산의제21의 도움과 아름다운재단의 도움으로 400만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우리 동네 작은 도서 수레’를 만들어서 매 주말마다 와동공원에서 이동도서관을 진행했다.

지역구 의원이었던 천정배 국회의원이 당시 예배를 드리려 희망교회를 방문했을 때 천정배 의원실로부터 200만원을 지원받아 바트라는 청소년농구동아리도 만들고 워크샵을 진행했다.

그 당시 와동주민센터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이용자가 극히 드물다는 상황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작은도서관을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찾아오라고 하는 것보다 주민들이 저절로 모이는 공간인 와동공원에 도서관을 넣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매 주말마다 진행하는 책수레 사업이 공원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시흥에 있는 컨테이너 ‘맹꽁이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 번씩 찾아가서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2011년 안산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 2천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조건부로 프로젝트가 채택이 됐고 이후 주민자치위원회와 논의를 진행했으나 반대를 해서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그 당시에는 마을에서 좋은 일을 하는데 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반대를 하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일을 하는데 거쳐야 하는 꼭 필요한 과정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한 해를 넘기고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와 민원 속에서도 2012년 2월 ‘와리마루’를 와동공원에 설치하게 됐다.

와동공원 내에 ‘와리마루’를 설치하고 개관을 준비하면서 와동 지역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는 인근 와동초, 덕인초, 화랑초, 화정초 등 4개 초등학교 도서관을 찾아갔다.

와리마루가 온전히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각 초등학교도서관 이용하는 아이들과 자원 봉사하는 학부모들과 함께 개관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사서가 없었던 와동초를 제외하고 덕인초, 화랑초, 화정초 도서관 봉사 학부모들과 함께 행사를 준비했고 개관하기에 이르렀다.(다음호 계속).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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