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드디어 올 9월부터 0~5세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이 지급되는 아동수당제가 시행된다. 세계적 추세로 보면 최소한 16세까지는 적용되어야 하지만 출발점으로써 매우 반가운 일이고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아이들의 보편적 인권증진을 위한 것이자 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적인 재분배 정책이다.

좋은 일이긴 한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모든 아이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추진됐다. 그런데 작년 말 예산편성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요구에 의해 소득상위 10%를 제외한 90%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변형됐다.

한겨레신문 1월 15일자에 의하면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빼는데 최대 연 1천180억 원의 행정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금융재산조사 통보에 100억 원의 우편요금, 상위 10%의 아동 세액공제액 300억~400억, 선별작업을 위한 공무원 인건비 200~300억, 재산증명을 위한 신청서와 주택임대차계약서 제출 등의 국민 불편비용 170억~350억 등의 비용이 소요된다.

10%를 제외하는 절감 예산이 1천800억 원인데 대상을 가리는 데에만 1천억여 원 정도를 써야한다니 이런 비효율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아동수당은 1926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래 현재 세계 92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OECD 33개국 중에서 미국, 터기, 멕시코, 한국만이 시행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한국이 명예스럽게 4개국 명단에서 빠져나왔다.

아동수당을 시행하는 국가들은 소득구분 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있으며 16세~20세까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는 1932년부터 시작했는데 20살이 될 때까지 아동에게 약 15만원(2010년 기준)을 지급하고 자녀가 늘어날 때마다 약 19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스웨덴은 1948년부터 아이가 15세 될 때까지 약 18만원(2010년 기준)을 지급하고 16세~20세는 학생 통장으로 학업보조금을 지급한다.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서다. 둘째 아이부터는 누진적으로 수당이 늘어난다.

필자는 2010년 경기도에서 대표의원으로 무상급식을 실현시킬 때 이번과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 “급식비를 부자들에게도 공짜로 적용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에 많은 방송 토론을 통해 대응을 한바가 있다.

보편적 복지라 함은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우선 선별적 복지는 이번 아동수당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상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행정비용이 든다.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둘째, 대상자와 비대상자로 나누어지면 낙인찍기와 함께 자존심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본인이 대상자임을 입증하기 위해 재산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야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형평성 시비가 일어나고 다양한 민원이 발생한다.

셋째, 세금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전반의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을 갖는 계층이 생겨나고 이는 세금을 기피하려는 현상을 야기 시킨다. 모두에게 적용하고 부자는 세금을 공정하게 내면 된다. 보편적 복지는 소득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효과가 발생하여 양극화를 완화시킨다.

이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고 경제 수요를 유발하여 경기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세계적으로 보편적 복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득권층이 이런 흐름을 막으려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보편적 복지가 확산되면 복지비용이 늘어나게 되어 있고 이는 세금부담을 가져온다. 그 세금을 더 내야하는 층의 저항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선별적 복지 제도를 어떻게든 만들어 놓으려 애를 쓰는 것이다. 아무튼 스스로의 노동이 어려운 이들에게 적용하는 공적 소득보장제도인 아동수당이나 장애인 수당, 노인기초연금 등은 보편적 복지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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