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관련자들의 유·무죄를 다루는 재판이 현재진행형이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국가까지도 혼란을 가져왔던 사건이 법의 심판대에 서 있는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사회생활에서 은퇴하는 50~60대 중·장년층을 위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설립 등을 골자로 한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총 9천500억 원을, 금년에만 1천8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삶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는 노년층의 치매예방과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3년 전 개정된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 세워진 이 계획은 핀란드의 ‘아난따로’처럼 지역의 유휴공간들을 문화예술교육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문광부는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지역 기반 생태계 구축은 물론 수요자 중심의 교육 다각화, 문화예술교육 기반 고도화 등을 추진전략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이제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한 정서함양이 아니라 사회병리까지 치유할 수 있는 예술의 기능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4년 전 세월호 참사로 시민의 직·간접 트라우마가 심각한 안산시는 정부의 이 같은 생애주기별 문화예술학교 계획을 가정 먼저 선점해야 한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흡수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타 매체에 몸담았을 때 무사안일의 ‘뒷북치는 시 행정에 시민들만 우롱당해(2005년 5월 20일)’란 제목으로 기사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내용은 ‘정부의 평생학습도시 선정 작업이 5년 동안이나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당시 권두현 시장 직무권한대행의 늦은 대응이었지만 1년 준비과정을 거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다. 현재의 안산시평생학습관이 만들어지게 된 출발점이다.

안산시는 이런 실수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안산은 경기지역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 인구수로 지난해 6월 기준 수원(123만여명), 용인(100만여명), 성남(99만여명), 부천(87만여명)에 이어 74만여명으로 5위다.

수도권 5위는 전국 순위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이는 중앙 정부의 어떤 정책에서도 뒤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수치다.

안산은 세월호 사건으로 피해가 가장 큰 도시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처를 아물기 위한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화랑유원지내 추모공원 건립 찬·반 양론으로 시민들이 갈라져 있다.

갖가지 이유로 고잔 신도시 내 흉물로 우두커니 서있는 건물도 꽤 여러 개 있다. 해양동 90블럭 시유지를 매각한 돈 수천억 원도 금고에서 잠자고 있다.

우리는 흔히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난관 봉착 시 최상의 대안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내적 베트나(BATNA)를 만들어야 한다.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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