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쁜 하루를 삽니다. 하지만 그래도 늘 그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들입니다. 그래서 전화를 합니다. 수화가 너머 소리가 들리자 마자, 저도 모르게 나온 첫 말이 이랬습니다. ‘밥 먹었어?’ 전화를 끊고나서, 저도 모르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밥 먹었냐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까?” 생각해보니, 옛날에만 해도 가장 소중했던 것이 밥이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어머니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바로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입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밥 한 공기만 잘 먹어도 그것이 곧 육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여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해지다 보니 사람들은 식사에 건강을 유지하는 일 이상의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소셜다이닝’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식사문화인 '심포지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셜다이닝은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면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일단 온라인상으로 모임을 주최하고 싶은 사람이 호스트가 되어서 선호하는 지역과 대화의 주제를 정합니다. 그러면 대화의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게스트가 되어서 한 끼의 저녁 식사를 나누게 됩니다.

소셜다이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 끼의 식사를 나누면서 각자가 준비해 온 이야기보따리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셜다이닝에 참여한 사람들의 식사는 단순히 먹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허기진 배와 비워진 마음을 동시에 채우는 것이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마치 어렸을 적 온 가족이 한 상에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따뜻한 기억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소셜다이닝의 가장 큰 매력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셜다이닝에서 볼 수 있는 현상과 같이 왜 굳이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끼의 식사를 하려는 것일까요? 하루를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일에 치여서 끼니를 거르거나, 혹은 끼니를 챙겨 먹더라도 혼자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식당도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디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있겠습니까? 한 끼 식사를 같이 할 사람들이 필요한데 가족들은 각자가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밥상에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찾고 모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먹는다’의 행위는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한 끼의 밥을 먹으며 교제하는 것은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밥상교제는 몸의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심코 던진 ‘밥은 먹었니?’ 라는 한 마디가 생각지도 않게 큰 위로가 됩니다.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마주하고 앉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때로는 외로움에 허덕이는 누군가와 ‘밥 한 끼의 힘’을 느껴봅시다. 매일 마주하던 밥상이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밥상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