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간된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라는 책에서 윤영씨는 휠체어를 타고 비장애인 연인과의 유럽여행 경험을 담아냈다. “한국에서는 호기심, 친근감이라는 가면을 쓴 질문세례를 받았는데 유럽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았다”고 했다.

‘시선으로 부터의 자유’를 만끽했다는 것이다. 유럽인들이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보통 시민으로 대해줬다는 소회일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던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볼 때, 장애인 얘기나 정책관련 소식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가? 이들의 삶은 우리와 무관한 남의 일에 불과한 것인가?

보건복지부(2012) 발표에 의하면 장애는 질병(55.1%), 사고(35.4%) 등 90% 이상이 후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장애인의 40%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이는 노인이 되면 장애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약 268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5.6%에 해당한다. 우리는 한동안 장애인을 사회가 보호해줘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보다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 지원’이라는 생각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나 꿈은 다르다.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참여하며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기를 원한다. 동등하게 교육받고, 어디든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일자리를 가지며 사회적 참여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자신들을 위한 법률 개정에 나서기를 원한다.

선진 유럽국들의 장애인 정책은 ‘모든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동등한 권리가 보장된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장애인이 정상적 생활을 누려야한다”는 ‘정상화 원칙’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사회적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장애를 가진 개인을 돕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조건 속에서 이들이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 운동 단체들은 2012년부터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수용시설 폐지’를 내걸며 5년간 농성을 해왔다. 그러다가 작년 9월 5일 보건복지부장관의 해결약속을 받고 해제했다. 이들의 요구를 보면 장애인 과제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 정도에 따라 1급~6급으로 등급을 매기는 것이다. 등급에 따라 서비스가 획일적으로 이루어지기에 장애인 각각의 편의를 고려치 못한다. 3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활동 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장애인 연금도 받을 수 없다. 등급제는 폐지되어야 하고 각자의 상태에 따라 정상인의 삶을 사는데 무엇이 부족한 지를 살펴서 소통과 배려로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부양의무제’는 가족 중 부양의무자가 생존해 있으면 극빈자나 장애인이라도 기초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이는 필자의 정치활동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는 민원이기도 하다. 자식들로부터 실제 지원을 못 받거나 연락이 끊겼어도 자식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생존권이 박탈되는 것이다. 이를 폐지해서 억울한 일을 피하고 기본적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

장애인 시설수용은 장애인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를 막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당장 시설폐지는 어렵더라도 탈 시설 과정을 통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현 정부는 장애인 등급제는 2019년부터 폐지하고 부양의무제는 노인과 장애인에 한해서 우선 올해 10월부터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장애인 인권을 존중하고 ‘정상화의 원칙’을 확고히 하는 방향 설정 하에 이루지기 않으면 구체적인 많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우리 스스로도 장애인을 ‘환자에서 시민’으로 대하고 장애인정책을 우리자신의 일로 인식해나가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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