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통계청에서 ‘2017년 일, 가정 양립지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인의 휴가는 평균 5.9일인데, 그중에는 일 년 동안 단 하루도 휴가를 쓰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무려 35.8%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전 세계 28개국 성인 근로자 9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차 휴가 사용이 가장 적었습니다. ‘업무가 많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가 40.9%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직장에서 눈치가 보여서’, ‘다른 사람과 휴가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서’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쉼 없이 일하느라 휴가도 못간 현실에 억울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들 나만 손해이고, 어쩔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애써 자신을 위로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의 압박과 경쟁은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눈앞의 현실만 보기에, 사람은 약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위해 쉼 없이 달리다 보면 누구라도 번아웃을 만나고 지쳐서 우울감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아갑니다. 긴 목표가 있다면 더 나을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되겠지만 아무리 그런들 인간은 연약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모든 일이 그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기계적인 행동들로 변질되고,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로 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에, 그저 빨리 끝내야 할 의무적인 일로 여깁니다. 그래서 많은 열정적인 사람들이 목표 직전에 넘어집니다.

그렇다면 때때로 지치고 힘들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샤워나 점심식사는 우리가 종종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뇌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간입니다. 온종일 일과 목표에 집중하며 살다 보면, 뇌는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긴장을 풀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때, 이를테면 샤워를 하며 따뜻한 물을 즐기고, 점심식사의 맛에 집중할 때, 뇌는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조절합니다.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살아가다 보면 미래의 목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때로는 너무 달려가느라,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아무리 건강한 낙타라도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한 번의 오아시스를 꼭 거쳐야 하듯. 열정적이고 커다란 목표가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더 짧은 일상 속의 행복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일상의 행복을 완전히 잊은 사람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지친 나를 위해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지친 나를 위해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샤워를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 주어진 인생에 감사하며, 그 속에서 작은 쉼을 누리십시오.

나를 살리는 힘은 반복되지만 특별한 일상 속에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비전과 사명을 이뤄나가기 위해 잠깐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모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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