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서, 아침 길거리의 풍경도 좀 달라졌습니다. 1월, 2월에는 좀 적었던 교복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참새처럼 발랄한 모습으로 학교로 가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가끔은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너무 부러움만 느꼈던 것일까요? 그 햇살 같은 얼굴 속에서, 무언가 지나친 긴장감과 지치고 힘들어 생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이 원하는 직업을 얻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에 관한 수업을 추가로 듣고 나의 진로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진로 관련 수업이 생기면 돈이 없어 사교육을 못 받는 학생들도 불리하지 않게, 모두가 공평하게 같은 조건에서 꿈을 선택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피력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나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도 학교와 어른들이 학생들의 ‘진로’보다는 ‘진학’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명문대 진학을 최고의 목표로 둔 학교 현장에서, 대학이 ‘미래’가 되고, 옆자리의 친구는 경쟁자가 됩니다.

대학 진학 실패한 사람은 ‘낙오자’로 인식됩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꿈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루 평균 6시간 6분.’ 서울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라고 합니다. 전국의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하루 6시간도 채 자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꿈꿀 시간이 없습니다. 부족한 수면은 우울감으로 이어지고,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은 단연 과중한 학업 부담과 입시준비 때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미래를 꿈꾸라”는 어른들의 말은 사치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중고생 1072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의하면, 장래희망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중학생은 34.4%, 고등학생은 32.3%나 되었습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꿈은 행복보다는 ‘안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년째 선호직업 1위는 ‘교사’입니다. 대세는 ‘안정’입니다. 미래가 불안한 시대, 학생들은 꾸준히 공무원, 교사와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게 됐고, 최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안정성만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이 행복한 삶을 꿈꾸고 그 꿈을 이루어 가도록 도울 수는 없는 것일까요? 잠잘 시간조차 뺏으면서, 현실에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나도 다 그건 시절을 겪었어. 그것도 못 이겨내니?” 비록 나쁜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 자녀들은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우울감과 피로감에서 스스로 해결하기만을 기대하고 강요하기보다, 먼저 들어주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지금 내미는 손길 하나가 저들의 미래를 더 무궁무진하게 만들 것입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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