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나의 닉네임은 ‘산타’다. 모든 주민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3년 정도 불리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하다. 아이들도 모두 산타라 부르고 존댓말이 아닌 평어(平語)로 대화한다. 시냇물, 복숭아, 무지개, 앵두나무, 고사리, 도깨비... 이름은 몰라도 닉네임은 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동네 합창단을 만들었다. 그것도 100인합창단. 처음에는 100명을 어떻게 모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느 매스컴에서 합창을 버킷 리스트에 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합창단원 모두가 평생 기억할 뜻깊은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필자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하는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도 따복공동체의 일부 지원을 받고 주민자치위원회 사업으로 시작했다. 2015년에 만들어져 진행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성악교실과 동요교실에 참여 하는 주민들과 관내 지역아동센터와 초·중학교 학생 그리고 주민 모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오디션을 거쳐 단원으로 참여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다 같이 모일 장소가 마땅치 않고 직장 생활 등으로 자유롭지 못한 100인의 100가지 사연 때문에 공연에 올릴 19곡을 연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짬나는 대로, 2~3명이라도 모이면 찾아다니면서 연습했고 모두 모여서 한 번 연습하면 될 것을 열 번 해도 모자랐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6번 연습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소리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과 거기에 더해 하모니를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집중하기 힘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연습해야 하고 연예인만큼 바쁜 청소년들 시간에도 맞춰야 하고... 그렇게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갈 동안 정말 많이 만났다.

공연 날짜가 추석 명절 바로 다음 날 평일 이어서 얼마나 모일 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안산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의 공연에 112명이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어 냈다. 2시간 가까운 공연에 발이 아파 꼼지락 거리는 아이들부터 눈물 흘리느라 악보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적거리는 어머니, 몸이 불편하신대도 끝까지 함께해 주신 아버님까지 우리는 112가지 감동적인 사연을 만들어냈고 저마다 따뜻한 꿈 하나씩을 가지게 됐다.

합창이란 말은 모아서 노래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들이 모아지고 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는 합창으로 마을이 하나 될 수 있고 조화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성악교실 회장의 말씀처럼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급조되지 않은 합창단이 얼마나 있을까?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안아주고 감격해 하는 모습에서 마을이 이렇게 같은 방향을 보고 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관람한 분들께서 들려주는 현장 분위기는 과분한 것이었다. “일동에 사는 것이 행복하다.”, “우리 아이가, 엄마 아빠가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수고한 우리 어르신들을 비롯한 합창단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 반드시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따라와 준 모두가 주인공이다. 악기가 표현 할 수 없는 목소리만의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천상의 소리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공연. 필자에게 마을은, 재능을 나누고 그것을 사랑으로 돌려받는 가정 같은 곳이다. 합창을 하는 동안 마주치는 수많은 단원들의 눈빛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모두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지휘자다.

가족은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는데 이웃도 가족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2018년에도 열심히 연습하고 만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화합의 무대, 감동의 무대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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