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주요프로필>
-1958년 8월 21일 서울 출생
-오산문화재단 대표(전)
-고양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전)
-문화예술TV 부국장(전)
-(사)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사무국 상임이사(전)
-국립중앙극장 공연운영과 근무(전)
-문화관광부장관상(1995년)

안산에 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2004)한지 올해로 14년째다. 기초 자치단체 중에서 제법 규모가 있는 문화예술의전당이다. 지역 문화예술을 총괄 관장하는 재단법인 안산문화재단이 설립(2013)된 지도 5년이 됐다.
문화예술의전당과 단원미술관은 물론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이르기까지 명실상부한 문화예술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재)안산문화재단을 강창일(60)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문화예술의전당과 단원미술관, 문화광장을 통해 기획과 전시, 교육, 축제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메세나운동으로 지역문화예술을 꽃피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강 대표를 인물 탐구했다.

-젊은 시절 그리던 꿈은.

“중·고교 시절에는 교육자였다. 대학을 진학해서 창조적인 일에 관심이 많아졌다. 대학에서 공연 프로듀서의 꿈을 가졌다. 연출을 전공하지 않고 공연기획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학습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는.

“대학에서 공연기획을 학습했지만 그 시대 상황은 일할 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참에 국립극장에서 1년 과정 연수원 제도가 생겼다. 1985년으로 기억한다. 공연기획 업무에 열정을 갖고 있던 터라 해외유학파들로 구성된 실력 있는 강사진에게 10개월을 열심히 배웠다.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했더니 국립극장의 계약직으로 발탁됐다.
우리나라 문화 황무지 시절에 나에게 행운의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그 당시의 학습과 경험은 오늘의 강창일을 만들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열린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은 국가 주도의 체육대전이었지만 2개월 전부터 문화예술축전이 함께 열렸다.
88서울올림픽 당시 문화축전을 치르면서 우리나라 문화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모태신앙인으로서 신의, 헌신, 봉사를 기반으로 많은 경험과 공부를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안산문화재단과의 인연은.

“오산문화재단 대표 임기가 만료되고 1개월 정도 휴식기를 가지면서 우연히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가 있었다.
고양문화재단에서 문화사업본부장을 4년 동안 지내고 오산에서 대표를 3년 동안 했다. 최선을 다해 걸어온 삶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비전을 충분히 준비했다. 제종길 시장의 문화마인드로 인해 2016년 1월 취임하게 됐다. 2년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연임됐다.”

-안산문화재단 출범 5년 차이고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개관 14년째다. 문화의 숲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10월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개관 15주년이다. 예당 개관 후 15년 동안 뭐를 했는지, 자족도시로서 문화예술이 제대로 자리매김했는지 등등을 살펴야 한다.
한마디로 예당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재점검해야 할 때다. 지방도시의 문화예술의전당이 순도를 갖고 제대로 역할을 해온 곳이 많지 않다. 전국에 내놔도 안 밀리는 문화재단이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전문 문화예술재단이다. 도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안산스타일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문화예술의 ‘메이드 인 안산’을 발굴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일한다.”

-한국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 ‘장성순 특별전’을 기획했다.

“장성순 화백은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1세대 작가다. 장 화백은 196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했고 당시 파리비엔날레와 상파울루비엔날레 등 국제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강렬한 색채대비와 거친 붓질 등 다양한 추상적 표현들이 작업의 특징으로 나타나는 장 화백의 딸이 안산문화재단에 207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지난해 12월 혹한기임에도 불구하고 90일 동안 ‘모더니스트 장성순, 삶은 추상이어라’ 타이틀로 기획전을 열었다.
장 화백의 10년 후배인 서울대 미대 교수를 지낸 엄태정 작가도 개막전에 초대했다. 의미 있는 기획 전시였다.
이제 단원미술관이 미술관다운 기획 일을 하게 됐다. 장 화백으로 인해 안산이 미술관도시로 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된 셈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5월에 열린다.

“싱그러운 5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안산문화광장과 시내 전역에서 거리극축제가 열린다. 국내외 공식 참가작 20개를 비롯 안산리서치 3개, 거리예술플랫폼 8개, 광대의 도시 15개, 청(靑) 자유구역#유스컬쳐 20여개 등 70여개다.
올해 개막작은 따로 없고 폐막작은 프랑스 극단 ‘룩아모르스’가 오른다. 룩아모르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던지는 삶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거리예술 대표단체다. ‘고갱의 거북이’라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공연은 생활예술인공연과 전문예술인공연이 있다. 생활예술인공연은 참여가 쉽지만 재미는 없다. 전문예술인공연은 재미는 있지만 참여가 어렵다. 모두가 양면성이 있다. 지난해 시민 참여형으로 열어 70개 단체 참여를 받아들였었다. 난장이 일어났다. 올해는 30개 작품만 선정해 참여토록 했다. 폐막작도 해외팀 초청이지만 시민참여 요소를 가미했다.”

-공단 근로자를 위한 문화 재생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안산은 공단 배후도시로 성장해왔다. 안산스마트허브 문화 재생사업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산업단지 프로젝트다.
지난해의 경우 산업단지 근로자와 함께 하는 하자품 창/제작을 비롯 이모저모 도모소, 서브 이정표 프로젝트 등의 ‘예술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외에도 판그림으로 새기는 안산과 오물조물 생활자기 만들기, 안산스마트허브내 소방서, 어린이집 등과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문화 징검다리 ‘예술열차 안산선’도 기획하고 있다.

“문화 징검다리 ‘예술열차 안산선’ 프로젝트는 취임하자마자 3년 전부터 시작했다. 3월부터 10월까지 지상 전철 역세권을 이용한 문화콘텐츠다.
올해도 진행될 예정인 예술열차 안산선은 상록수역과 한대앞역, 중앙역, 고잔역, 안산역, 초지역별로 테마 콘텐츠를 내세운다.
이 콘텐츠는 열차에 스토리를 만들고 역사 자체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나가는 프로젝트다.”

-전국의 예술의전당 중에서 안산문화예술의전당만이 가지고 있는 자랑거리가 있나.

“기초 자치단체 예술의전당 중에서도 가동률과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다. 기획공연과 대관 공연을 포함해 연간 15만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대극장과 중극장, 소극장은 물론 국제회의실 리모델링과 단원전시관이 생동감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용률이 더욱 올라갔다.
예술의전당 이용률을 더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기업 메세나 운동을 적극 펼쳐 나갈 계획이다.”

-문화예술계에서 공연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기획은 힘든 길이지만 지치지 않고 젊어서부터 꾸준히 해온 일이다. 실사구시 정신을 바탕으로 ‘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은 나중에 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 마음으로 일해 왔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이라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우문현답’의 원래 의미보다 ‘우리의 문제는 항상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풀이로 대신하고 싶다. 현장을 알아야 안목을 키울 수 있다.
공연기획자가 광속도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을 현장에서 보고 판단해야 한다. 때문에 공연기획자를 ‘감별사’라고도 부른다.”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문화예술계 주장이다.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로 가는 길이 쉽지 만은 않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생활예술이냐, 전문예술이냐의 문제다. 안산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와 함께 제작극장으로도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그동안 뮤지컬 ‘더 넥스트 페이지’, 음악극 ‘에릭사티’, 연극 ‘엄마의 이력서’와 ‘염전이야기’ 등을 제작했다. 올해도 뮤지컬 ‘전설의 농구단’을 창작 공연해 제작극장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지난해 안산과 중국 공연을 마치고 올해 3월 초부터 4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윈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제작극장으로서 위상을 유지하면서 창작지원과 우리 동네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창작지원은 80여개가 공모에 참여했지만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 우리 동네 프로젝트도 26개 참여했다. 마찬가지다. 지역예술인들도 공공기관 지원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 메세나 운동을 통해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자리를 연임했다. 앞으로 임기 내 계획은.

“문화재단은 수익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공공기관이다. 매년 사업비는 없는 상태에서 경상비와 인건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 내실 있는 매뉴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가상승에 따른 사업비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징을 키워야 한다. 매표와 기금, 기업 메세나 등을 늘려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한 기초를 다지겠다.”

-안산시가 문화예술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재단의 향후 역할은.

“안산이 문화예술의전당이 개관하기 전까지는 문화예술 변방이었다. 이제는 변방이 아니다. 본류가 되어가고 있다.
뮤지컬이나 음악극 등을 직접 제작하는 수준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공연까지 초청되는 단계다. 안산문화재단 구성원 모두가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문화재단 직원들의 자부심이 아직 약하다. 자긍심을 갖고 일하기 위해서는 기획이나 전시, 교육, 축제사업을 열심히 해서 수준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문화재단이 될 수 있도록 가꿔 나가겠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일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와 사명은.

“문화예술 분야는 한마디로 ‘감동’이다. 현대사회는 감동을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감동은 문화예술이 최고의 무기다. 감동을 주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지만 어느 공연장에서나 항상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를 사명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삶의 자양분으로 삼는 좌우명은.

“‘사인여천(事人如天)’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반드시 하늘처럼 섬겨야만 한다는 뜻이다. 50대로 접어들면서 좌우명을 바꿨다.
문화예술 분야는 일의 특성상 모두가 개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창작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인간 대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사람을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는 명제가 마음을 파고든다.”

-그동안 읽은 도서 가운데 추천할만한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이다. 윌든은 소로 자신이 월든 호수에서 생활한 2년 2개월간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윌든’은 자연의 위대함을 확신하고 자연에서 찾은 무한한 교훈과 가능성을 담고 있 다.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은 물론 인간이 살아가는 본래의 목적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준다.
그 다음은 이정모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만’이다. 이 책은 사회 이슈와 세상살이의 단면을 소재로 삼은 62편의 에세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물정에 대한 통찰이다. 과학의 기초 개념과 일상을 버무린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돋보인다.”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이후의 꿈 너머 꿈은.

“문화예술 계통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예술파티 플래너’가 되고 싶다. 노년기를 맞이한 이들을 위한 문화전도사가 되어 봉사하고 싶다.
인생 노년을 풍유롭게 해줄 수 있는 멋진 ‘파티 플래너’가 꿈 너머 꿈이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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