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대화하는 시간보다 텔레비전이나 핸드폰, 컴퓨터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웬만한 의사소통은 문자로 가능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나는 시간도 줄었다. 개인주의가 강해지다 보니 이웃의 일에도 관심이 적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마을이라는 단어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 마을 공동체, 마을 민주주의, 마을 재생... 주민 스스로 마을을 경영하는 마을기업과 마을기금도 관심거리다. 마을의 여러 가지 행사 중 마을 축제가 있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다양한 축제가 있고 축제가 열리면 주민들이 참여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 동네도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그런데 2016년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계획과 함께 그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데 뜻을 모았다.

주민들이 축제를 직접 기획해 보자는 것이다. 행사를 위해 외부에서 섭외하는 게스트를 줄이고 마을 안에 재능 있는 주민을 찾았다. 예를 들어 악기나 캐리커쳐, 마술 같은 재능을 가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예산도 절감하고 마을자원도 활용하자는 취지다.

생각보다 재능을 가진 주민이 많았고 퀄리티도 떨어지지 않았다. 필자도 성악가인 관계로 재작년과 작년에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축제 준비의 모든 과정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들이 준비했다. 부스와 천막, 의자 그리고 음향 등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들은 입찰을 통해 최대한 줄이고 부스에 참여 할 프리마켓이나 체험 부스에도 대부분 마을 상점이나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직접 찾아 다녔다.
참여하는 가게에는 평소보다 저렴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대신에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대부분의 체험부스도 주민들이 꾸며 주었다. 그 결과 50개가 훨씬 넘는 부스와 다양한 먹거리, 3천명이 넘는 주민들이 함께 하는 북적거리는 동네잔치가 열렸다.

혼자 살면서 느끼게 되는 외로움보다 함께 살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났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즐거움이 크다. 우리가 원하는 축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하고 성대한 축제가 아니라 주민들이 소통하고 함께 만드는 따뜻한 축제다. 정이 가고 감흥 넘친다는 의미로 정감이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축제를 위해 마을에 있는 다양한 주민 모임이 결합 했는데 그 중 지역 청소년들의 참여는 신선하다. 당일 아침 일찍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가면을 쓰고 마을을 돌며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를 진행하면서 마을 초입에서 축제 장소까지 오는 동안 홍보도 하고 안내도 했다. 축제를 모르던 주민들도 퍼레이드를 보고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릴 정도로 효과가 매우 컸다. 아침부터 풍악을 울리고 행진하며 주민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이미 축제는 마을 이곳저곳 번지고 있었다.

일동상점가사람들, 울타리넘어, 작은도서관의 공모사업 내용 중 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사업이 들어 있었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학교, 청소년 문화의 집 등 관련기관이 더해져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에게 마을 이야기도 들려주고 마을 공동체와 대화하면서 시종 신바람 나는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축제와 함께 “아이부터 어른까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한 일동” 이라는 슬로건과 비전을 선포하고 주민 협의회와 행정복지센터, 중간지원조작인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서로 협력하기로 하는 협약식까지 진행했다. 축제를 통해 마을의 모임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관계가 형성되며 이웃 간의 막혔던 담들이 허물어질 것이다. 주민 개개인으로 보면 작을지 모르나, 같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준비해 가는 과정들이 이미 커다란 축제의 시작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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