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중에 가족들과 함께 공원에 나갔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데 그날따라 하늘이 신기했습니다. 별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별이 보이는 게 뭐가 특별한 것인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별들은 낮에는 볼 수 없는 별이기 때문입니다. 낮에는 햇빛이 강렬해서 아무리 밝은 별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런데 햇빛이 사라지니까, 그 별들이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나중에는 일부러 가로등이 없는 곳을 찾아서 가봤습니다. 그랬더니 아까는 볼 수 없었던 별을 더 볼 수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알고 보면 그 별들은 늘 그 자리에,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주변의 빛에 가려져서 보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빛들이 사라지니까, 별들이 다시 우리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끔씩 가족들과 함께, 좋은 분들이 챙겨주시는 공연 티켓으로 문화생활을 즐깁니다. 다양한 공연을 관람했지만,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편안한 목소리로 공연 중에 지켜야 할 매너와 안전에 관련된 내용을 알려줍니다.

매번 공연을 준비하는 극장 측에서는 어떤 목소리와 분위기로 안내하느냐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내용을 전달하는 목소리에 따라 관객들이 느끼는 온도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전직 아나운서, 전문 성우 등 목소리가 가장 큰 장점인 분들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전달하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더 참신하게 들려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합니다. 뮤지컬의 경우 일부 대사를 각색해서 출연하는 배우가 직접 안내 멘트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관객들은 같은 내용이라도 신선함을 느끼고 더 주의를 집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 나와서 직접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목소리에 집중하기가 쉽습니다.
그렇게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고 목소리로만 전달하는 안내와 규칙을 잘 따르면 모두가 즐거운 공연이 됩니다. 공연 중에 무대에서 집중하는 배우와 옆 사람들을 위해 휴대전화를 꺼야 하는 것과 맨 마지막 커튼콜에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주의사항은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하지만 목소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듣게 되면 주의 사항에 소홀해지고 결국 모두에게 폐를 끼칩니다.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주의 사항을 빠짐없이 듣게 할 수 있을까 고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주변이 어두울 때 별빛이 잘 보입니다. 주변이 들리지 않아야, 주의 사항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이 어두워야 봐야 할 것을 볼 수 있고, 주변이 들리지 않아야 들어야 할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주변이 밝으면 봐야 할 것을 놓칠 수 있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들어야 할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말에게 눈가리개를 씌우는 이유도, 학생들이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 사방을 가로막고 스탠드만 불을 켜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것저것 고민할 것도 많지만, 해야 할 것을 하고 들어야 할 것을 듣기 위해서 때로는 주변에 대해서 어두워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마음에 병이 있는 것,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너무 많은 것을 들으려고 하다가 생기는 일이 아닐까요? 때로는 밝고 시끄러운 곳에서 물러서서, 삶을 점검해봅시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