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프로필
-1944년 11월 20일 경북 경주 출생
-사단법인 한국곡예협회 이사장(현)
-동춘서커스 단장(현)
-세계서커스페스티벌 추진위원장(2019년)
-문화산업포럼 이사(현)
-안산시문화관광협회 자문위원(현)
-동춘곡예단(현 동춘서커스단) 입단(1963년)

국내 유일의 아날로그 서커스단이 안산 대부도에서 상설공연 중이다. 올해로 94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춘서커스단’이다.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디지털시대를 맞이함은 물론 각종 미디어가 발달했지만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동춘서커스’는 94년 최장 공연은 물론 연중무휴 순회공연 부문에서도 기네스북감이다.
안산 대부도에 둥지를 튼 지 8년째로 접어든 ‘동춘서커스’는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흥행보증 수표다.
현재 ‘동춘서커스’ 단장이자 ‘(주)동춘서커스진흥원’을 이끌며 ‘서커스 상설극장’과 ‘서커스 아카데미’ 운영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박세환(73) 대표이사를 인물 탐구했다.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

“정치가였다. 집안이 밀양 박씨다. 할아버지가 육당 최남선, 경주 최부자 최준식 등과 동문수학했다. 박화준 할아버지가 당시 국회의원과 밀양 박씨 전국 종친회장을 지냈다.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어릴 적 꿈은 막연하게 정치가였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노래와 악기연주를 하는 음악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을 접하면서 꿈이 바뀌었다. 가수와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동춘서커스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경주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59년 경주에 서커스단이 와서 공연했다. 당시에 사회자의 검정색 양복에 흰 스카프에 매력을 느꼈다. 너무 멋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동춘서커스를 찾아갔다.
노래에 자신이 있어서 가수를 지망했다. 가수 되기 위해 상경했으나 입단하는데 한 달이 걸렸다. 할아버지가 2대 국회의원이자 경주 지역 유지였다. 나도 종가집 종손이자 장남이다. 서커스단에 입단하겠다고 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그 당시는 노래하거나 춤을 추면 딴따라 짓을 한다며 업신여기던 시절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호적 판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서커스에 푹 빠진 청춘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1965년 단원으로 정식 입단했다. 1985년부터 단장을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53년이란 세월을 동춘서커스단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왔다.”

-동춘서커스가 94년 전통을 자랑한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을텐데.

“동춘서커스단은 일본 서커스단에서 활동하던 동춘 박동수 선생이 1925년 30명의 조선인을 모아 창설했다.
국내 서커스 공연의 전성기는 1955년부터 1972년까지다. 가수와 코미디, 배우 등 예능에 재질 있는 청춘들은 모두 서커스단으로 몰려들었다. 동춘은 서커스 열풍을 선도했다. 내가 동춘에 입단했을 때 허장강, 서영춘, 배삼룡, 이주일, 이봉조 등이 동춘을 거쳐간 뒤였다. 서커스단이 사양길로 접어든 이유는 텔레비전의 등장이다.
관객들이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면서 20개에 달하던 서커스단 중 살아남은 것은 동춘을 포함해 4개 뿐이다. 1978년 인천에서 공연 중이던 동춘서커스 빅탑이 태풍으로 무너졌다. 창단주 아들 박영조씨가 포기했다. 내가 인수하게 된 이유다.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각 지자체의 축제 공연으로 인기가도를 달렸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왔다. 태풍으로 2003년 9월 제2의 위기를 겪었다.
위기가 계속되면서 2009년 해체를 선언했었다. 해체 선언 이후 국민적 관심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부천에 상설 공연장 건립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그런 와중에 안산시 공무원이 찾아와 대부도까지 오게 됐다.”
-미디어 시대에 동춘서커스 단원 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원은 현재 50명이다. 배우가 45명이고 스텝이 6명이다. 단원 충원은 해외에서 해오고 있다. 국내 지망생의 경우 10살 미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 국악 등 타 공연분야는 가르치는 학교가 많다. 유독 서커스만 학교가 없다.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 상 국내에서 단원을 충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커스 아카데미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커스 아카데미에서 체조와 무용, 발레 등을 가르쳐야 한다. 체조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동춘서커스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2009년 인증 받아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춘서커스가 2009년 10월 해체한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 여론이 형성되자 당시 문화관광체육부가 12월에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전문예술단체로 등록해 줘 일반 기부금 공개 모금이 가능해졌다.
이후 2013년 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일부 금융지원은 물론 저렴한 금리의 융자가 이뤄졌고 노무, 세무 등의 컨설팅으로 경영을 체계화시켰다. 현재 상설공연과 함께 지방 도시 축제 등의 출장공연으로 흑자경영으로 전환됐다.”

-동춘서커스가 현재 공연 중인 프로그램들을 얘기해 달라.

“전체 공연 종목은 40종목 정도다. 한 회당 18개를 공연한다. 94년 역사와 전통이 있고 연중무휴 공연하는 국내 유일의 서커스 공연단이다.
서커스 마술, 무용, 음악 등 모든 볼거리를 함께 공연한다. 테마가 있는 서커스 비천 초인의비상 등을 연중무휴로 공연 중이다.
추억과 향수를 벗어난 아트서커스로 1회 공연시간이 90분이다. 매 종목마다 출연자가
바뀐다. 공연내용과 테마의 클라이막스가 달라서 관람하는 관객이 감동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공중비천’과 ‘생사륜’, ‘비보이체조’, ‘농구공묘기’ 등이다. 아날로그 서커스는 어린이에게 대담성은 물론 민첩성, 예술성, 체력관심 등으로 교육적 가치가 있고 남여노소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예술이다.”

-역사와 전통의 동춘서커스를 관람할 수 있는 주말과 평일 공연스케줄은.

“연중무휴로 공연한다. 평일은 4월 23일부터 매일 오후 2시와 오후 5시 두 번 공연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30분, 오후 7시 등 4회 연속 공연한다.”

-아트서커스를 선보이는 동춘서커스의 관람요금은.

“관람요금은 어른 2만5천원이고 인터넷 예약시 1만5천원이다. 4세부터 초등생까지 어린이는 1만6천원이고 예약시 8천원이다.
노인과 장애인은 1만5천원이다. 단체관람은 예약 시 1만5천원이고 만 36개월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대부도에서 숙박을 했거나 식사 후 영수증을 지참하면 1만5천원에 관람할 수 있다.”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에 동춘서커스가 터를 잡게 된 계기는.

“7년 전이다. 2011년 3월 안산시청 관광과 직원이 서울로 찾아왔다. 대부도가 지정학적으로 관광객이 머물지 않고 영흥도와 제부도로 곧바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상설공연을 요청하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시에 장소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장을 보고 부지만 평평하게 정리해주면 상설공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오게 됐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임시 공연장이 공원부지였다. 현행 법규상 연속 사용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장소를 옮겨야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의 장소를 소유한 토지주의 배려로 떠돌지 않게 됐다.”

-현재의 공연장 사용기간이 오는 2022년 11월까지다. 앞으로 4년여가 남았다.

“현재 사용 중인 부지도 토지소유주의 배려로 임시 천막을 치고 서커스를 공연하고 있다.
94년 된 대한민국 유일의 아날로그 서커스단이 상설공연장 하나가 없다니 말이 안 된다.
사용 중인 부지도 계약은 2022년 11월이지만 땅주인이 사용할 경우 언제든지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상설공연장 건립이 시급하다. 대부도에 적당한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다.”

-동춘서커스가 미디어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서커스는 서커스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순수한 아날로그만 고집해오고 있다. 무용과 발레를 접목한 예술적 가치가 있는 서커스를 공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테마가 있는 서커스는 물론 인공지능(AI) 서커스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서커스가 한자리 8년 공연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외국인을 비롯 어린이, 젊은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 나가고 있다.”

-동춘서커스 3대 단장으로 취임해 현재도 쇼 기획과 섭외에 이르기까지 1인 다역을 감당하고 있다.

“서커스는 연극배우, 뮤지컬 제작, 영화 등의 문화예술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특수조명을 비롯 음향, 공중서커스시설 등은 오랜 경험이 필수다.
전문 인력을 채용하려면 공연배우를 채용하지 못한다. 이제는 흑자로 전환된 만큼 마켓팅부와 공연부 신설을 검토하는 단계다.
그동안 단원 월급을 걱정했는데 해소됐다. 나이도 있는 만큼 이제 내려놓고 체계화하고 싶다.”

-동춘서커스를 이끌어갈 후계자는 찾았나.

“서커스 단장을 하려면 여러 가지 리더십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 포용력은 기본이고 공연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리더십도 있어야 한다.
거기에다가 인내력과 대담성도 있어야 서커스단을 이끌 수 있다. 서커스는 군대의 야전사령관처럼 단원 전체를 이끄는 리더십 외에도 경영을 위한 세무, 노무는 물론 전기, 안전 등의 관리업무도 챙길 줄 알아야 한다.
서커스 단장업무는 한마디로 복잡다단하다. 만능이 되어야 한다. 현재 5명 정도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시기가 되면 후계자를 찾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유명곡예단이 대부분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무대예술은 환경이 어렵다. 한류 열풍을 타고 유명했던 난타도 상설공연을 쉬고 있다. 동춘서커스가 국내 유일의 무대예술 상설공연을 하고 있다.
캐나다 태양서커스단의 연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국가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문화정책을 입안하는 국가공무원이 서커스 자체가 대중문화예술인지를 모른다. 서커스 종사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우선순위 국책사업으로 내세우지 못한다. 수백만 명의 관객이 찾는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동춘서커스가 사라지면 서커스 장르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망신이다.”

-경기 부천에 상설공연장 건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상설공연장 건립이 꿈일 텐데.

“4월 5월 6월에 대전, 대구, 안동, 군산, 청주, 충주, 의정부, 파주 등지에서 1만여 명이 예약을 했다.
전국에서 대형버스로 4~5시간씩 달려서 대부도 동춘서커스를 보러온다. 김포농협의 경우 이달에 700명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보다 더 기여하는 콘텐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국내 유일의 상설공연을 하는 대중문화예술 서커스다. 여행사 가이드가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서커스를 보여주려고 종종 찾아온다. 천막 공연장을 보고 다시는 안 온다. 내용은 좋은데 시설 때문에 못 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 서글프다.
서커스는 종목 특성상 배우가 공연을 하지 않으면 살이 찐다.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매일 공연할 수 있는 상설공연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상설공연장이 만들어지면 서커스와 강강수월래, 부채춤, 국악, 무용, 창 등을 밑바탕으로 한 관광극장을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싶다.”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상설공연장이 만들어지면 그 곳에다 대중문화박물관은 물론 상설극장과 서커스 아카데미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호랑이, 원숭이 등의 동물박제를 비롯 각종 악기류 등 소장품이 컨테이너 박스로 4개나 된다.
서커스 장비도 차량 20대 분량이다. 국내에서 따라올 회사가 없다. ‘동춘서커스’란 브랜드가 대한민국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여생을 보낼 것이다.” <여종승 기자>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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