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지방분권이 포함돼 있다. 중앙에 8 대 2로 집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과 주민에게 6 대 4까지 이양해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정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마다 특색을 살려 지방정부가 권한과 책임, 의무를 가지는 독립적인 행정조직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지방분권의 목적은 지방자치의 강화이고 지방자치의 중심에는 주민자치가 있다. 주민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에너지이자 추진체다. 주민자치하면 주민자치위원회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에 3천503개가 구성돼 있고 그 중 소수는 주민자치회를 운영 중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두 단체는 태동부터가 다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거나 결정하기 위해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설치된 주민협의체로 주민자치센터의 문화, 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등 운영과 읍면동 행정의 자문역할을 담당한다. 동장이 임명하며 주민자치센터의 보조 역할이다.

반면 주민자치회는 실질적 공동체 생활자치 실현을 위해 시범운영중인 주민협의체로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담당하던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 주민복지 기능 외에 주민화합과 발전을 위한 주민자치 업무,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업무 등도 담당한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임명하며 독립성을 가진다.

행정과 대등한 관계에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주민 최고 의사 결정 자치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주민총회 개최, 자치계획 수립, 예산결정과 실행 등으로 주민자치회 기능과 권한이 강화된다. 또한 주민자치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갈 사무국을 설치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 기획과 주민 의견 수렴 등 실무 업무 지원을 위한 인력도 보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주민자치회가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마을을 기획하고 관리할 상근 인력도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관련 예산이 없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동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도록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되는 시 조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고 언제부터 된다는 로드맵도 없는 칸막이 행정의 중심에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고 그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시행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답답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경쟁적으로 지자체 주도형 주민자치회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학습을 통한 선진 주민자치 따라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작은 마을단위의 주민역량 형성과 참여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해당 마을의 삶의 질 향상을 모색하는 유형과 행정구역인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 대표조직의 활동과 참여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루어가는 시도가 있다.

지역에 필요한 것,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발굴하고 주민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지역도 있으며 주민 자치 사업에 다양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무너져가는 지역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는 곳도 있다. 또한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주민 스스로 나서서 해소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마을은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에 쉼을 주는 공간이다. 가족들과 이웃들이 생각을 공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마을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주민과 행정이 상생하는 협치(거버넌스)를 이뤄야 한다. 마을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이다. 이론이 아니라 활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실기다. 수년 동안 마을에서 고민하고 부대껴 본 결과 마을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여 의견을 보태고 꼼꼼히 기록하고 정해진 대로 진행하고 평가회를 가지고 보완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을 남기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 내야한다. 마을마다 특화된 성과를 만들어 내고 서로 배움의 장이 되어 주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되도록 많은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의제들을 나누고 해결해 가는 공론의 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을은 건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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