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복지는 인간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이나 실업수당 등이 일 안해도 보장된다면 인간들이 굳이 일하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수준이 높아져 우리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나라경제에는 문제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것은 막연한 추측으로 판단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을 실증적으로 살펴보자. 한 나라에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가 우선적 지표가 될 것이다.

15~64세 인구의 나라별 경제활동 취업률은 다음과 같다. OECD 2008년 자료에 의하면 덴마크 77.3%, 스웨덴 75.7% 미국 71.8%, 일본 70.7%, 한국 63.9%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이고, 미국과 일본은 경제력은 높지만 복지수준이 낮다. 우리나라는 더 낮다. 그런데 복지수준이 높을수록 경제활동 취업율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복지가 높아지면 게으른 국민이 늘어난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국민이 게으르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가 있다. 중산층의 비중이다. 복지국가들은 국가를 위협할 정도의 재산을 가진 부자도 별로 없고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도 없다. 이들 나라에서는 중산층이 인구에서 가장 큰 비율을 점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중산층 전체인구의 55%를 차지해 최고 수준이다. 자신을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국민 비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일하지 않고 나라에서 주는 복지 수당으로만 생활하려한다면 수입의 한계로 인해 중산층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중산층이 두텁다는 것은 일하려는 사람이 많고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복지수준이 높으면서도 부지런하게 일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많이 일해야 많이 번다”는 작동논리는 기본이다. 당장의 생활을 보다 풍족하게 하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국가에서 그렇지 않은 나라에 비해 노동유인 효과가 커지게 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복지국가에서 충분한 사회보장과 복지서비스를 누리려면 누구나 일해야만 한다. 실업, 질병, 육아 휴직 등의 수당이 모두 종전 소득에 비례해서 결정된다. 사회보장제도가 고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하고 세금을 납부한다” 전제 조건 아래 설계됐다.

따라서 일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혜택밖에 못 받는다. 노동기간이 길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각종 수당액수가 비례해서 늘어난다.

위와 같은 수당보다도 노동유인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노후연금제도다. 스웨덴에서 공적노후소득보장제도는 크게 최저 보장 연금, 소득 비례 연금, 개인 계정 연금의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최저 보장 연금은 연금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자를 위해서 국세를 재원으로 보장해주는 연금이다. 2008년 기준으로 독신 노인은 우리나라 돈으로 1인당 월 126만원, 부부는 1인당 112만원을 보장 받는다. 우리나라의 노인 기초연금과 비슷한데 부러울 정도의 큰 액수다.

소득 비례와 개인 계정 연금은 국가가 강제 징수하는 개인의 연금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급여의 18.5% 보험요율이 적용되는데 16%는 소득비례연금 기금으로, 2.5%는 개인 계정 연금으로 운용된다. 다시 말하면 급여의 16%로 마련된 기금이 노후연금의 기본이 되며 2.5%는 주식 등에 투자돼 수익금이 더해지는 시스템이다. 이 둘을 합하여 노후 연금액이 정해진다.

이 액수가 최저 보장 연금액(126만 여원)에 미달되면 국가가 세금으로 메워 주는 제도인 것이다.
보험료에 의한 노후 연금이 적게는 30여만 원에서 많게는 400여만 원까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최저 보장 연금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여유 있고 풍족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오랜 기간 일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회보장시스템이 발달한 복지국가는 인간의 근로 의욕을 약화시켜 게으른 국민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노후의 안정된 삶을 만들고 창의적 자아실현을 위해 부지런한 국민을 양산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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