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문득 옆을 보는데, 저 멀리 논에서 기계를 몰면서 모내기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24절기를 찾아보니, 모내기가 시작된다는 소만(小滿)이 지났습니다.

꽃이 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모내기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잠시 차를 멈추고 모내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모를 심는 저 농부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4월부터 농부는 볍씨를 모판에 심고 모를 키웁니다. 모두 잘 자라기를 바라며, 모 하나하나를 살핍니다. 그러나 모든 볍씨가 건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에는 잘 자라지 못하는 모, 심지어 죽은 모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모를 보면, 농부의 가슴은 분명히 찢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절망할 시간이 없습니다. 살아있는 모라도 제대로 키워야, 논에 잘 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죽은 것을 뒤로 하고, 살아있는 모를 정성스럽게 가꿉니다.

소만이 지나면, 농부는 살아있는 모를 정성스럽게 심습니다. 잘 자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심습니다. 그 희망대로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필요할 때 햇빛이 비치고, 필요할 때 비가 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햇빛이 비춰야 할 때 태풍이 오고, 비가 와야 할 때 햇빛이 비치면서, 농부의 마음을 애타게 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죽은 벼를 보면서 농부는 또 한 번 가슴이 찢어집니다.

그러나 농부는 다시 일어납니다. 남은 것을 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부는 죽은 것을 뒤로 하고, 다음날 남은 것을 정성스럽게 돌봅니다. 그렇게 눈물의 하루하루를 보낸 뒤, 가을이 되어서 남은 것들은 수십 배의 결실을 농부에게 가져다줍니다.

봄부터 가을까지의 하루하루를 돌아보면 아쉽고 서운한 것도 많지만, 가을의 결실을 보며 농부는 그동안의 고생을 잊어버릴 것입니다.

벼농사만 그럴까요? 밭농사나 과일농사도 그렇습니다. 밭농사나 과일농사는 죽은 것이 더욱 눈에 잘 보입니다.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키웠는데 하루아침에 죽거나 망가지면, 농부의 가슴은 더욱 아픕니다. 농부는 죽은 것에 아파할 시간이 없습니다. 죽거나 망가진 것이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파급력은 벼농사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남은 것을 살리기 위해서 빨리 치웁니다.

농사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인생에도 ‘죽은 것을 뒤로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살다보면 내내 즐거운 일만 만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아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 ‘내가 그랬다’는 것을 잊어버리지만, 우리는 태어난 지 하루도 되지 않아서 배고프다고 웁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10달 동안 먹을 걱정을 하지 않던 아기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세상이 결코 행복하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믿었던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갈등,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사고 등,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그 상처를 늘 생각하며, 고통 속에 삽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답일까요? 결국 아픈 것을 뒤로 하는 사람이 새로운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아픈 것을 부여잡고 있습니까? 아니면 아픈 것을 뒤로 하고 있습니까? 죽은 것은 뒤로 하고, 남은 것을 제대로 키워서, 비록 내가 기대했던 삶이 아니지만, 뜻밖의 새로운 인생을 만드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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