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고영인 칼럼
자영업자의 부서진 미래고영인 <사단법인 모두의집 이사장>
  • 안산신문
  • 승인 2018.06.20 14:27
  • 댓글 0


우리나라가 자영업이 많다는 것은 외국에 나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예전에 호주와 미국을 가 볼 일이 있었는데 일반 주택가에서는 상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려면 특별히 멀리 찾아 나서야만 한다.


한국에서는 번화가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주택가 골목에 들어서도 음식점과 잡화점, 호프집 등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저 많은 가게들이 제대로 벌이를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주민들의 생활안정을 걱정하는 게 내 직업이다 보니 남의일 같지가 않다.


그 우려는 현실로 되어 우리는 눈뜨고 나면 주변의 가게 주인과 간판이 교체되어 있는 것을 수시로 목격하게 된다. 지난 6월 10일자 신문에서 자영업자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1.0%에 그쳤다는 보도가 있었다. 1990년대는 12.0%, 2000년대 2.8%의 증가율을 보이던 것이 1%로 내려앉은 것이다. 자영업의 대표업종들인 음식점, 학원, 문방구, 슈퍼마켓 등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계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창업 뒤 3년 만에 문 닫는 곳이 70%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3천명이 창업을 하고 있고 2천명이 폐업 신고를 한다. 자영업 생존율이 1/3에 그친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리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은 열악할까?


우선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 5년 전 쯤까지 한국에서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9%에 달했다. 우리보다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그리스 35%, 터키 34%, 멕시코 32%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7%, 노르웨이 7.7%, 덴마크 8.8%, 캐나다 9.2%, 독일 11.6% 등의 선진국들은 10% 내외의 통계를 보이고 있다. OECD 평균은 15.8%(2011년)이다. 2017년 6월 기준으로 한국은 25,5%( 무급 가족종사자 포함)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여전히 높다.


자영업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대표적 관광국가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로인해 과당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예로 인구 1천명당 음식점 수를 비교하면, 미국은 0.6개이지만 우리는 10.8개로 과밀정도가 심각하다. 다시 말하면 미국은 음식점 하나가 평균 1천600여 명을 상대로 영업을 하지만 한국은 93명을 상대로 영업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것은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의 정리해고가 이루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는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서의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대거 양산된 것이다.

준비과정이 부족한 채로 쫓기듯 급히 뛰어들다보니 자영업의 70% 가량이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 수준이다.
청년 실업도 한 몫하고 있다.

2008년~2014년에 창업한 15~29세 청년들을 설문해본 조사가 있다. 조사대상의 57.9%가 창업의 동기를 “창업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와 같이 과대비중의 자영업자 구조는 동일업종 간 과당경쟁을 낳게 되고 경영위기에 빠뜨린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회식문화 등이 쇠태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은 흑자 도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영업의 위기는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깊고 넓게 확대되어 왔다.


단기적으로는 대기업의 골목상권을 막는 법률 제정, 임대료 제한법의 제정, 최저임금에 대한 영세업자 보호지원책 등의 대안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폐업에 대비해 실업보험제도 더욱 강화하고(현재는 3년 미만의 가입기간을 갖는 경우 3개월 보험수급)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실질적인 산업교육과 취업 정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대거 만들어지지 않도록 사회구조를 디자인해야한다.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공공 일자리와 사회적 일자리 등을 대폭 확대해서 자영업자들의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자영업자의 미래는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미래를 좀 더 환히 비추는 국가의 사회 안정망 확대와 적극적 정책이 요구된다.

안산신문  ansam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