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제가 시행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청년 알바생이나 40~50대 여성들 중심으로는 강하게 환영하는데 비해,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임금상승 부담에 여기저기서 하소연이다.

보수적 신문들은 최저임금제가 고용자들에게는 임금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사회적으로 고용은 줄 것이기에 문제가 많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을’인 영세업자나 ‘을’인 임금 노동자에게 모두 피해를 줄 것이라며 갈등을 부추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부담을 갖는 영세 상공인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할까? 자제하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해소될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다수 국민들의 고통을 방치해도 되는 것일까? 그러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금년 최저임금을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올렸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지난 3월 4일자 세계일보에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20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목표로 한 금년 16.4% 인상안에 대해 국민의 73.2%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부담이 많이 갈 것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다수가 동의한 것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높았고 특히 20대에서 높은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에 목말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현장에서의 우려 목소리는 쉽게 간과될 일은 아니다. 임금인상에 부수되는 4대 보험이나 퇴직금 등으로 인해 걱정이 크다.

문제는 이들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에만 있었냐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임대료의 과도한 인상, 프랜차이즈 갑질,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이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요인들이다. 최저임금이 어려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예상되는 일이지만 고통의 해결책이 최저임금제에만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이 전 사회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현명하게 접근하는 길이 되리라 본다.

최저임금제의 근본적 취지가 무엇인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최저임금제는 무엇보다도 노동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 생활을 개선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 방편이다.

각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이 왜 나왔는가를 생각하면 그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고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보다도 시급이 몇 천원 더 책정되어 마련된 것이 생활임금이다.

이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이 여전히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제는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권 문제다.

최저임금제는 사회적으로 여러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우선은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킨다.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거기에 연동되는 각 종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사회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준다.

즉 수당과 연금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또한 기존의 저임금으로 기피되었던 열악한 제조업이나 간병, 보육, 체육 등의 사회적 일자리의 조건이 개선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과 다름없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만든다.
최저임금제는 또한 임금상승으로 인한 소비증대, 즉 유효수요 창출을 기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일환이다. 이제는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라는 쟁점이 의미가 없는 시대에 진입했다. 적절한 분배효과를 통해 사회 전반적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시대인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당장은 부담이 되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증대로 임노동자와의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임금정책이지 고용정책이 아니다. 최저임금 제도가 설령 고용에 일부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고 하더라도 그건 별도의 고용정책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모든 사회경제적 정책의 최우선에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목표를 두어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그 목표를 향해가는 중요한 기본 수단 중의 하나다. 보편주의 원칙으로 불평등을 최소화하여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제의 정착은 지친 국민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줄 것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