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전자제품 매장에 갔습니다. 진열된 TV들이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는데, 그 색깔의 화려함에 눈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그 TV들은 초고화질, 즉 UHD 텔레비전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참 우리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TV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56년 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TV는 지금과는 질이 다른 ‘흑백TV’였지만, 우리 국민들은 현대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놀라운 선물에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또한 TV 수상기 자체가 워낙 귀했던 시절이어서,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자랑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천연색’이 가진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하는 ‘흑백TV’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흑백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다양한 ‘천연색’을 원하는 우리의 욕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80년이 되자 ‘컬러 TV’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로인해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입고 나오는 옷의 색상부터가 화려해지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워졌습니다.

이렇듯 더 나은 TV를 만들기 위한 기술의 발전은 거듭되었고, 2001년에는 TV에 출연하는 탤런트들의 땀구멍까지도 선명하게 보인다는 ‘고선명(HD) 방송’이 전파를 타게 됐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로 ‘아날로그 방송’의 시대는 자연스럽게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이것보다 더 나은 기술이 나올 수 있을까’ 하겠지만, 현재 첨단 TV 제조회사들은 ‘초고선명(UHD) TV’ 시대를 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되돌아보니 우리 국민들의 눈과 귀를 지배하는 방송매체는 지난 60년간 눈부신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은 여전히 ‘흑백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시대를 선도한다는 지성인들조차 단순한 사고구조인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지 못하는 듯합니다. 여기에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히면 상대방을 ‘반드시 찍어내야’ 할 ‘악의 축’으로 몰아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총천연색’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개성과 습관이 각각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징들은 유전자 조합보다도 더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바라는 색깔을 가진 사람만 있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요? 그렇게 다채로운 색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잘못된 것은 때때로 짚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로 그 사람의 인격과 삶 전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그 사람의 공헌까지 완전히 부정해버린다면, 이것 역시 정의로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잘못한 것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되, 잘 한 것은 칭찬하고, 그 사람의 색깔에 맞는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요?

‘초고선명 TV 시대’에 맞게, 답답한 이분법적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각과 시각도 ‘총천연색 고화질’로 업그레이드 시켜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가 바라보는 인물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도 훨씬 아름답게 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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