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최은주 관장이 가까이에 놓고 항상 즐겨 읽는다는 노자의 ‘도덕경’을 추천받았다. 이 책은 캐나다 리자이나대학에서 비교종교학 교수로 27년간 재직 후 명예교수로 있는 오강남 교수가 풀이한 도덕경이다.
오강남 풀이의 도덕경 원문은 한문 5천자 남짓으로 200자 원고지 25매 정도로 짤막짤막하게 81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풀이한 책은 1995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개정을 거치면서 현재 11쇄까지 발행된 도덕경은 평생을 두고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구절의 일부를 소개한다. 2장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라는 상호관계성의 확인 편이다.
“세상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추함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가지고 못 가짐도 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어렵고 쉬움도 서로의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 길고 짧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 높고 낮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성인은 ‘무위(無爲)’로써 일을 처리하고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합니다...
공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오 교수는 도덕경 2장을 풀이하면서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며 ‘무위’를 실천하는 사람”이 성인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무위’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나 자기중심적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등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무위를 실천하는 사람은 자기 행동 때문에 누가 잘되거나 무슨 일이 이루어져도 공로를 주장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언론에 현재 몸담고 있거나 거쳐 간 이들이나, 사회단체에서 어떤 역할을 했거나, 6.13지방선거 당시 특정 후보 캠프에서 일을 했거나, 공기관이나 공조직에서 일하거나, 누구든지 도덕경이 담고 있는 ‘무위(無爲)’의 참다운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먹고 빈둥거리라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무위’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이든지 하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하는 것처럼 포장만 하고 속으로는 아무런 내용이 없는 사람이 비일비재한 시대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행위나 자기중심적 행위, 함부로 하는 행위, 계산된 행위, 쓸데없는 행위 등을 하지 않는 ‘무위’ 사회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여종승 기자 yjs49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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