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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새롭게 정하기“인간관계는 서로의 보폭이 불일치하더라도 상대의 손을 잡고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이시하라 가즈코의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 안산신문
  • 승인 2018.09.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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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에서 목적지를 정하는 과정은 의외로 많은 변수가 나타난다. 여행의 목적이 여행 자체가 아니고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사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이견을 조율할 때 자기 의견을 명확하게 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하지 않고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여행의 어려움이다. 이런 불만은 의외로 오래갈 수 있어 인간관계 유지에 큰 방해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성들과 함께 할 때 갈등은 생길 가능성은 커진다. 가족여행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상을 받을 일이 있어 전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전주에는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등 재방문하고 싶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로 가는 길은 가벼웠었다. 아내와도 함께하였다. 하룻밤을 자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상 수여자 부부와 다른 한 부부와도 동행하게 되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2012년에 이 도시를 창의도시(음식부분)로 지정하였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방문 첫날 점심으로 전주비빔밤, 그날 저녁은 한정식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을 전주콩나물국밥으로 하였다. 이곳에서 오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음식선정이었다. 놀란 점은 인기 식당의 규모와 성장 속도였다. 식당 주변의 집들을 사 식당과 주차장을 늘려가는 것이 바로 보일 정도였다.

문제는 다음날 일정이었다. 짧은 논의 끝에 필자가 제안한 정읍으로 가기로 하였다. 정읍이 전주와 가장 가깝다는 점과 주말이라 교통체증을 고려하여 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목적지로 진안과 부안이 거론되었으나, 이도 제안자의 부부가 합의한 제안이 아니었기에 실제 제안은 더 많았을 것이다. 당일 여행을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처음 함께하는 여행일 경우 장소에 대해 확신을 가진 쪽이 선정되기 마련이다. 물론 상호 간에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목적지는 내장산 바로 아랫마을 중의 하나인 솔티마을로 더 잘 알려진 송곡마을이다. 송곡마을은 환경부가 정한 전국 25곳의 생태관광지역 중의 하나이고, 35가구에 80여 명이 사는 마을이다. 일반인들에겐 낯선 이름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생태관광의 의미가 널리 홍보되지 않은 터이고 필자도 방문한 적이 없어 여행 결과에 대한 부담이 컸었다.

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자 어느 정도 안심이 되었다. 마을 뒤로 큰 병풍처럼 둘러싼 내장산의 위세와 깨끗하고 밝은 마을 전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 분의 지역 대표와 해설자들을 반갑게 마중을 나와 한결 마음이 놓였다. 마을회관에서 간단히 여주 차와 모시떡을 먹고, 잠시 뒷산 자락을 걸었다. 우람한 소나무와 대나무가 잘 어울렸고, 간섭받지 않고 자란 숲이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다.

산촌이지만 너른 평지인 완만한 경사면에서는 과거 연도 날리고 마을 행사도 하였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은 무성한 풀밭이 되어 쓸모없어 보이나 산림생태계를 다양하게 하는 역할을 잘 하고 있었다.

산의 오솔길을 걷는 도시민들은 갑자기 감수성이 깊어지고, 그들의 마음속에 쌓였던 온갖 부정적인 요소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살았던 곳이 이곳과 닮았다고 하고, 도시에 태어나 자랐던 이들은 언젠가 이곳으로 내려와 살겠다 다짐을 하곤 환한 미소를 지었다. 초빈(草殯)도 보았다. 송곡마을은 도서지방의 많았던 초분과 같은 장례 양식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산간지역으로 이곳에서는 초빈이라 하였다.
생태관광은 지역에서 관광자원이 되는 자연과 문화자원을 잘 보전하고, 관광을 통하여 지역사회가 활성화하기 위해 제안된 관광이다.

일반 대중관광이나 단체관광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하는 대안관광이기도 하다. 송곡마을은 앞으로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 있지만 높은 역량을 가진 해설자와 마을 대표가 있고, 지역기업도 있어 모범적인 생태관광 마을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일행들은 비록 짧은 여행에서 시골 산간마을에서 평안함과 정을 느끼고 돌아오게 되었다.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꾸미고 사는 해설자 부부를 부러워하며.
 
 
사진 1 전주한옥마을의 아름다운 전경이다. 이곳의 큰 인기가 마을 주변부까지 퍼지지 않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 2 송곡마을에는 모시송편을 만드는 마을기업이 있다. 이 기업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마을 주민 가운데 80세 이상 노인에게 월 5만 원씩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 3. 마을 뒷산 오솔길을 걷고 있는 방문객들은 내장산의 웅대함과 동네 산의 아늑함을 함께 느끼며 마음이 평안해진다. 이 점이 생태관광이 갖는 강점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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