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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무작정 떠나는 여행‘섬마을 음식은 바다의 자연사이자, 섬 주민들의 생존 방식이다.’
  • 안산신문
  • 승인 2018.10.10 13:55
  • 댓글 2

 현장에서 새로운 목표 만들기

 울릉도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묘한 즐거움을 준다. 국내이지만 먼 해외로 가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나는 기대감과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에 대해 설렘이 있어서다.

열 차례도 넘게 이 섬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다.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세운 여행의 목적은 멍청히 있으며 쉬는 것이었다. “좀 쉬었다 와요.” 아내의 한 마디도 일을 새로 만들지 말고 편안히 있다가 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래 강의를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푹 자야겠다고 정했다.

그리고 이틀 밤 중 하루는 해양기지 숙소를 떠나 송곳봉(錐山)에 있는 펜션 ‘추산일가’에서 보내야겠다고 속마음을 다졌다. 세상에서 힐링을 위한 최고의 숙소를 추천하라고 하면 말할 그곳이다. 최근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의 지역 판에서도 한국 최고 경관을 가진 ‘힐링 스테이’로 기록했던 장소다. 하늘과 바다가 푸르름으로 맞닿은 곳에 머물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곳으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여행길이 더 가벼웠다.


 동해가 이때처럼 잔잔하기란 일 년에 몇 번 보기가 힘들다. 묵호항을 떠나 깊고 푸른 바다를 미끄러지듯 달려나가는 순간부터 수면 상태로 들어갔다. 승객이 약간 부산해짐을 느껴 눈을 떠보니 멀리 울릉도가 창을 통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울릉도에서 겪었던 일을 스치듯 머릿속을 지나가고 최고 수심 4,000m가 넘는 동해에서 바늘처럼 솟아있는 화산섬으로 들어가는 현실의 세계로 돌아왔다. 기지 대장이 마중 나오기로 했다는데 배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늘 겪는 약속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순간 들었다. “그래 그것도 좋다. 그러면 추산일가로 바로 가지.”라면서 섬에 내려섰다.


  대장이 만나자마자 “점심은 뭐로 하겠어요? 물회와 따개비칼국수 중에”라고 물어왔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칼국수라고 하였다. 예전에는 남양의 한 식당과 추산일가에서 따개비 요리를 만들어 주었었다. 맛도 뛰어났지만 외딴 도서지방에서 대하는 독특한 음식의 매력에 크게 끌렸었다.

더군다나 따개비는 연체동물 아닌가. 바위 해안 사는 삿갓 모양의 고둥의 일종으로 삿갓조개로 불리는데 분류학적으로는 전복과 가깝다. 대장의 첫 질문에서 휴식은 잊고 그래 이번은 울릉도 음식기행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절해고도를 여행할 때마다 지역 전통음식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데 이번엔 여유 시간이 좀 있으니. 잘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다음 날 아침 하늘 더욱 청명하였고 바다의 운동력이 사라진 듯 보였다. 이럴 때면 보통 손님이 칭찬을 받는다. 좋은 날씨를 데리고 와서 감사하다고. 숙소에 거주하는 오랜 후배의 권유로 간단하지만 정성스러운 아침을 먹고, 강의실로 갔다. 강의하기 직전에 필자를 초대했던 연구원이 “점심은 나리분지에서 나물 정식을 먹지요.” 하였다.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인가? 가는 길에 송곳봉 앞을 지나게 되는데 추산일가가 있던 곳에는 현대식 빌딩이 들어서 있었다. 한 기업의 연수원이라고 하였다. 항에서도 한 시간가량 걸리는 곳의 펜션으로 경영에는 한계가 있었나 보다.

 나래분지는 마지막 여름의 자태를 뽐내는 나무들로 초록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기온은 이미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할 정도로 선선하였다. 오래된 나무 밑에 앉아 16가지 나물이 등장하는 산채정식을 먹으면서, 마가목, 더덕, 천궁 등의 씨로 만들었다는 씨껍데기술까지 한잔하니 신선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잘 아는 더덕, 명이나물, 도라지나물에 삼나물, 부지깽이나물 등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식물들이 상에 가득하였다. 나물만으로도 맛과 양에서 충분히 풍성한 식단이 되었다. 특히 더덕과 감자를 반쪽씩 해서 부친 전도 맛이 최고였다. 모두 울릉도의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이다.


  저녁은 청정한 바다가 생산해 낸 소라, 오징어가 들어간 모둠회와 함께하였다. 자연스럽게 울릉도 인근 해역에 그 많았던 오징어 자원이 크게 줄어드는 원인에 대하여 논의를 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해양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섬 경제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는 방안에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관광객들의 많이 오면서 파괴되는 환경과 자원문제까지 폭넓은 대화를 이어갔지만, 결국 오징어 자원의 감소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귀착되었다. 자리에 신선한 음식이 있어 대화도 더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


 오후 배를 타기 전에 기지 식당의 이곳 출신 주방장이 조리한 음식 또한 첫 경험을 주었다. 엉겅퀴된장국과 자연산 김전 그리고 잘 익힌 돼지고기, 나물과 막 밭에서 따온 푸성귀까지 마치 필자를 위한 식단 같았다. 대장은 좋은 날씨를 가지고 온 감사의 표시라고 하였다. 풍요롭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이곳의 환경과 자원이 지속할 수 있게 유지될 때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러 식당에서 따개비로 만든 관광용 음식을 만들어 내면서 따개비 자원이 너무 줄었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이 소중한 자원을 지키는 일을 기지와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울릉도를 떠나왔다,

 

사진 1 울릉도 남양에서 오랫동안 따개비칼국수를 주메뉴로 한 식당의 따개비칼국수.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나는 것 같다.

사진2 더덕과 감자를 한 전으로 만들었으나 재료를 섞지 않고 고유한 식감을 맛볼 수 있게 만든다. 일종의 음식 발명품이다.

사진 3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산채정식을 즐기니 세상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안산신문  ansam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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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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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다른 시민 2018-10-19 09:29:51

    9년동안 묵은 90블록 해결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었다고 봅니다. 푹 쉬시면서 좋은 구상하세요   삭제

    • 시민 2018-10-10 16:43:36

      지금 놀러다닐때요 4년동안 안산이 침체되고 뭐90블럭에서 안산시 업자들한데 하도급을 줘서 1조원이풀려 지역경제에 활성화된다고 입에 침이나 바르고 예기좀하지 지금이라도 화랑유원지건에 대하여 사실대로 터트리고 양심선언하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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