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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수영장 / 안녕달, 창비임기성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 안산신문
  • 승인 2018.10.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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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가까운 무더위가 장기간 계속 되었던 2018년 여름은 위대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기록을 갱신하며 모두를 힘들게 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곳에서 편히 쉬며 놀 수 있는 파라다이스를 그리워했다. 이런 우리들에게 작가 안녕달은 《수박수영장》을 선물했다.

                                                임기성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여름 햇볕이 한창 뜨거울 때 수박이 다 익었습니다.” 글말로 시작되는 <수박수영장>은 뜨거운 여름날, 커다란 수박 안에 들어가 수영을 한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수박이라는 예쁘고 맛있는 과일과 시원하고 즐거운 수영장 이미지를 결합하여 여름의 정취를 생생히 느끼게 해준다.
 
수박수영장 안의 사람들은 빨간 과즙을 헤집으며 씨를 튜브삼아 수영하고 껍질에서 미끄럼을 탄다. 먹구름으로 샤워도 하고 구름양산으로 피부를 보호하며 다양하게 노는 모습은 즐겁게 보인다. 유아부터 몸이 불편한 아이, 그리고 노인까지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 한곳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핵가족에 맞벌이로 육아의 어려움이 날로 심해지는 우리의 현실과 달리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수박수영장 마을이 부럽다. 이 마을 아이들은 가족의 애정과 이웃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정말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불과 몇 십 년 전 우리들의 낯익은 모습에서 낯선 모습이 되어버린 현실의 안타까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아름다운 속내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각 화면들은 도시생활로 인하여 잊혀져가는 자연의 풍경과 농촌의 일상을 담고 있다. 유유자적한 시골의 풍경과 함께 논일을 하는 아저씨들,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 빨래를 너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아이에게는 호기심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반 위에 놓인 다 먹은 수박 한 통과 숟가락들을 묘사하여 ‘수박 수영장’이 실제 무엇인지 더 상상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아이와 함께 수박수영장을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 수박 속을 파내고 차가운 물을 담아 아이가 발을 담가보게 하거나 캐릭터 장난감을 물에 띄우는 놀이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각디자인과 일러스트 공부를 하는 안녕달이 쓰고 그린 첫 번째 그림책이다.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이야기가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글밥도 거의 없으며 삽화도 투박하여 별로 세련되지 않은데도 매력이 넘친다. 칸을 나누어 인물의 동작이 연상되도록 연속적인 그림을 그리는 만화 형식의 구성을 활용하여 화면에 경쾌한 리듬을 주었다. “타닥타닥” 등 반복되는 의성어 사용으로 시원한 느낌도 주어 시각적 청각적으로 표현이 참 좋은 책이다. 이런 책의 묘미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모두 작품이라는 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여러 권의 작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두고두고 여름마다 보고 싶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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