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정

갈색 마음으로
가로수 밑 수북이 쌓여가는 낙엽을 본다
먼지처럼 뽀얗게 저무는 거리

늦가을 불타던 칸나 꽃 정열이 사라진
껍질만 남기고 돌아가는 계절
속 털어 함께 울어주는 이 없는 시월

몇 자의 문자로 서러운 노래
한 수 날려 보낸다                        김영순 시집 중에서

 대중가요 중에 잊혀진 계절이라는 제목의 노랫말 가사에 ‘시월에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를 남긴 채’라는 가사에 모두들 열광하며 가을 그 것도 시월이 되면 이 노래는 세대를 아우르며 불러지고 각 매체에서 가을이 다가도록 계속 흘러나온다. 

가을 하면 결실과 추수를 많이들 떠 올리지만 인간사에 얽히고설킨 이야기의 이별의 단어들을 떠올린다. 결실의 알곡은 거두어 쓸모가 있는 곳으로 분류 되어 저장 되거나 쓰임을 받는다. 그리고 그 것을 보호 하고 있던 껍질은 아무런 가치 없이 버려져 다시 알곡을 모으기 위한 귀한 수단으로 돌아간다.
인간사에 얽힌 이야기들은 기억의 저편에 가두고 자유로운 마음을 갖기 위해 떨어진 낙엽이나 껍질로 비유가 된다. 따지고 보면 이별의 정으로 남아 다시 돌아오는 속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속성을 우리는 늘 간과 하고 있다.

모든 사물의 이치는 전자가 있다. 그 것보다 더 발전된 것을 얻기 위해 그 타성과 습성에 젖지 않으려고 노력 하면서 도전하여 안착하려고 무던히도 애쓰며 살고 있다. 이 시월은 1년 뒤에는 또 다시 볼 수 있다. 그땐 더욱 커지고 풍성해진 모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도시가 숲의 도시라서 풍성하고 깊게 가을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본오 뜰의 나락들도 누렇게 익어서 군데군데 추수를 한 곳과 안 한곳을 넉넉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
따뜻한 정을 많이 나눌 수 있는 시월이기도 하다. 영혼이 깃든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 큰 힘이 되어 세상살이에 큰 힘을 얻는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시월이 되길 희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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