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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위에 할머니
<미라 로베/별숲>
박승연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 안산신문
  • 승인 2018.11.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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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나무 위에 할머니  
                                         <미라 로베/별숲>

                                            박승연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어른들의 꽉 막힌 마음을 녹게 만드는 아이들의 따뜻한 상상력의 힘.

“아이들이 하면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본 적 있니?” 항상 사과나무 위에서 귀여운 소년 안디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묻습니다. 사과나무 할머니는 안디를 만날 때마다 신기한 경험을 선물해줍니다. 지칠 때까지 회전목마를 타기도 하고, 해적들을 만나러 가는 크고 멋진 배에 태워주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없어 슬펐던 소년 안디는 사과나무에서 만난 새로운 할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왜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일을 가장 곤혹스러워합니다. 자녀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주 서럽고 화가 납니다. 《사과나무 위에 할머니》는 어린 소년이 자기의 소망을 진취적으로 이루어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아동 문학가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미라 로베의 많은 작품들 중 이 책 《사과나무 위에 할머니》는 세계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각기 다른 문화권에 있는 아이들을 아울러 공통적인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를 통해 흥미로운 간접체험을 할 수 있고, 주변에서 반드시 일어날 법한 상황에 대처하는 안디를 보며 읽는 이들도 함께 숨죽이고 지켜보게 됩니다. 또한 20년 넘게 미라 로베의 작품마다 함께 한 일러스트레이터 수지 바이겔의 그림이 책의 곳곳에 그려져 있어 안디의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장식해줍니다.

요술쟁이처럼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주는 사과나무 할머니. 그리고 항상 어딘가 아파서 도움이 필요한 핑크 할머니. 완전히 다른 두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저 철없던 소년 안디를 새로운 성장의 단계로 안내합니다. 사과나무 할머니가 안디에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기쁨을 알려주었다면, 핑크 할머니는 안디에게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낼 때의 뿌듯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모두 각자 어떤 결핍에 시달립니다. 친구들은 모두 할머니가 있는데 자기만 없어 우울했던 안디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안디는 그 결핍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씩씩하게 이겨냅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때로는 강인한 힘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진실한 어떤 가치일 수 있습니다. 한없이 약해보이는 우리 아이들도 어려움을 이겨내는 그 가치를 얼마든지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밝은 희망과 따뜻한 마음입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사과나무 할머니가 했던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어른들의 위험한 착각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른들의 이런 꽉 막힌 사고보다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력의 힘이 더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사과나무 위에 할머니》는 이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밝고 유쾌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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