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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징그러운 것은 없다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8.11.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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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고민 사연을 받아 소개해주고 스튜디오로 직접 불러서 상담을 해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는 참 별별 가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구나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것은 집에서 뱀을 기르는 형 때문에 고민인 동생의 사연이었습니다. 요즘엔 무언들 애완용으로 기르지 못할까 싶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했는데, 사연을 듣다보니 동생의 고민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의 형이 기른다는 뱀은 그냥 뱀이 아니라, 도저히 애완용이라고 보기 힘든 거대한 뱀이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수 십 마리가 형제의 방에서 동거를 하고 있다는 얘기에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뱀을 떠올리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혀를 날름거리며 기어 다니는 뱀이 혹시라도 독을 품고 있다면 생명에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나콘다는 두껍고 긴 몸으로 사람을 졸라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합니다. 그러니 뱀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극 정성으로 기르는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동생의 고민을 어떻게 들었는지 형에게 물었을 때 형의 대답에 저는 더욱 놀랐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한두 마리 데려와 길렀지만, 이제는 뱀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형의 모습은 참으로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뱀을 기르면서 장래에 꿈도 가지게 되었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훌륭한 사육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죠.

우리가 ‘은혜 갚은 까치’라는 제목으로 알고 있는 뱀과 관련된 설화 한 편이 있습니다.  마음씨 좋은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길을 가다가 뱀에게 잡아먹힐 뻔한 꿩을 구해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늘 다니던 산길인데 나무꾼은 길을 잃고 맙니다. 해는 저물고 밤이 되어 헤매던 나무꾼은 저 멀리 불을 밝히고 있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그 집에는 젊은 여인이 혼자서 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낮에 죽인 뱀의 원수를 갚으려는 암컷 뱀이 사람으로 둔갑한 것이었습니다.

독이 오른 암컷 뱀은 만약 절에서 종이 울리면 살려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그 순간 종이 울렸고 나무꾼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황급히 도망쳐 나온 나무꾼은 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에는 낮에 구해준 꿩이 몸을 던져 종을 울리고 죽어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의 무릎에 누워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설화에도 뱀은 원수를 갚으려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뱀의 생김새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 속에도 뱀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다른 나라의 신화와 설화에서는 뱀이 지혜의 상징으로 존경을 받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뱀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느냐하는 관점이 차이로 우리에게 사랑스럽거나 혹은 징그럽거나 둘 중 하나로 인식이 됩니다. 뱀뿐일까요?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를 보며 ‘구제불능’이라고 낙인을 찍곤 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것은 우리가 그 사람을 그런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 알고 보면 우리가 보지 못한 좋은 점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원래부터 징그럽고, 원래부터 나쁜 것은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가족들, 동료들, 친구들을 그렇게 사랑하면 어떨까요? 저도 오늘은 서먹했던 사람과 전화를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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