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강명숙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하면서 우리나라의 가족형태도 빠른 변화를 겪게 되었다. 가족이 경제적인 이유로 해체되고 외로움의 해결방책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늘어나서 반려동물 천만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부작용으로 동물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동물보호법이 중요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나라보다 앞서 생각하고 있었기에 《인간》의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았던 듯하다.

저자는 1991년 《개미》를 발표하면서 단숨에 프랑스의 천재작가로 떠오른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나무》, 《뇌》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으며 《인간》은 그의 첫 희곡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그러나 정통희곡이라기보다는 희곡형식을 띈 소설로 보는 사람이 많고, 저자 자신도 그런 시각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장품 회사 연구실에 근무하는 남자와 서커스단 호랑이 조련사인 여자다. 이유도 모른 채 유리로 된 우리에 갇히게 된 두 사람은 화장품 연구를 위한 동물실험과 동물을 조련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학대에 대하여 서로를 공격한다. 그러나 본인들은 인간을 위한 최선책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런 과정에서 지구가 핵전쟁으로 폭발하고 두 사람은 외계인에 의해 구출되어 그들의 별로 잡혀온 마지막 인간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관상용 동물이 된 것이다. 작품 전편에 걸쳐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견해로 입씨름을 계속하지만 결론은 인간의 종족번식을 중대한 과제로 자임하게 된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과 비겁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눈물겨운 동물들의 모성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본능에 안쓰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동물로 인한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동물보호 문제가 시끄럽게 이야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동물실험으로 만들어진 화장품의 불매운동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개선되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많은 동물이 사육되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통을 최소화하는 윤리의식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 없이 학대받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온 부당한 처사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실천해야 할 단계인 것이다.

외계인들은 인간이 번식하여 개체수가 늘어나 사육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을 받는 것을 싫어한다. 두 사람은 몸집마저 거대한 외계인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미지의 별에서 그들의 후손을 퍼뜨릴 수 있을까? 베르베르가 펼치는 상상의 세계를 함께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동물보호의 마음을 함께 공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2004년 작품이므로 핵전쟁의 원흉이 북한이 아닌 파키스탄이라는 설정에서 역사의 단면을 살짝 엿볼 수도 있다. 두껍지 않은 분량과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이기는 하나 두 주인공의 적극적 태도와 수다스런 대화로 어둡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동물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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