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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 11어쩌다 왕족의 길을 걷게 되었다.
  • 안산신문
  • 승인 2018.11.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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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조선족과 고조선 문명권에 포함된 부족들은 '태양숭배', '천재숭배' 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태양의 자손', '천손'이라는 의식하고 있어 태양, 하늘과 자신들을 연결해주는 동물을 새라고 생각하였고, 태양과 새를 결합하여 태양신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할 때는 삼족오로 상징화하여 표현하였다. - 네이버 지식백과, ‘삼족오(三足烏) - 태양 속에 살다.’ 중에서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무료할 때가 있다. 특히 필자처럼 유목민의 특성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자주 그렇게 느끼곤 한다. 그럴 땐 누가 입만 떼어도 따라나선다. 6년 전쯤 한 친한 친구가 일본을 간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함께 가는 일행들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조금은 서운했고, 자존심이 약간 그랬지만 출발 수일  전에 따라가고 싶다고 하였다. 어쨌든 여행 목적도 모른 체 합류하였다. 공항에서 '사회적 자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란 것을 알았지만 더는 묻지도 않았고, 또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았다. 편안하고 좋은 여행을 하고 왔지만, 왠지 기억에서 사라졌었다.

 며칠 전 완도에서 개최된 '생태학과 문화'에 관한 모임에서 한 연사가 생태관광 이야길 하면서 일본 와카야마현의 구마노고도(熊野古道)를 소개하였었다. '구마노고도', 너무나 낯익은 명칭이라 집으로 돌아온 후 자료를 뒤져보니 바로 6년 전에 친구를 따라 다녔던 그곳이었다. 사진들도 오래된 외장 메모리 카드에 잘 남아있었다.

사진을 통해 기억을 더듬어보니 정말 부담이 없어서 좋았고 그래서 제대로 힐링을 하고 온 여행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기억에 잠시 사라졌던 여행을 제대로 복귀하려고 개인 자료를 뒤졌다. 어떤 여행지에서든 항상 몇 가지 기념품과 사소한 자료까지 챙겨오는 터라 필자의 책창고 어딘가에 있는 것은 확실한데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찾지 못하였다.

 구마노고도는 일본 왕족과 귀족들이 걸었던 길이다. 일종의 순례 길이었다. 왕이 되려면 이 길을 반드시 걸어야 했다. 종교와 자연 성지가 그곳에 있어서다. 그러니 긴 고난의 길을 걷는 통과의례를 거쳐 권위를 부여받았던 것 같았다. 순례길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고 경로도 여러 개지만 이 절이 종착지이다.

모든 길은 고찰 구마노혼구타이샤(熊野本宮大社)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절은 크지 않았지만 거대한 숲속에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어 오히려 위엄이 있어 보였다.

 필자가 이 길을 더 주목하는 이유는 이 절이 섬기는 삼족오 때문이다.  삼족오는 고구려의 상징 아닌가? 왜 이 신조가 일본의 남쪽 해안지역 숲속에 있는지 의아했다. 여행 당시에도 집중했던 주제였으나 잠시 잊었었고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궁금해졌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삼족오 유물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까마귀는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 살았던 몽골계 주민들이 신성시하던 동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검은색의 새, 까마귀는 태양신의 상징으로, 즉 신과 사람을 소통하는 신성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다.

지금도 동북아시아 북방의 몽골족 후손들은 여전히 이 특별한 새가 토템(totem)이 되고 있다. 아시아 몽골계의 후손인 것으로 믿어지는 캐나다 서해안 거주하는 인디언들은 '레이븐(reven)'이라고 하는 까마귓과의 새를 귀하게 여긴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까지는 까마귀에 대한 선조들의 믿음을 따라는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상하게 까치가 길조로 바뀐 거 같다.

그런데 일본은 까마귀를 숭배하고 있는 상황을 알게 되니 왠지 모르게 속상하였다.  그러고 보니 일본 국가대표 선수 유니폼의 가슴에도 삼족오가 있다.  축구대표단은 중요 게임을 앞두고 이 절에서 와서 기도하고 간다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지배세력은 적어도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이 분명하고, 삼족오가 이 점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마노구도의 일부 산지 순례길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세계유산(World Heritage)으로 지정되었다. 첫 번째 지정은 최근에 우리에게 잘 알려지고 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순례길 중에 홋신몬오지(発心門王子)  일대에서  그 사찰에 이르는 약 10㎞를 걸었다. 길은 대체로 평탄하였고, 숲과 작은 마을들을 거쳐 가게 되는데 자연미가 잘 유지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여행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이정표나 휴식 장소들이 적절히 배치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인 판매대나 휴게소에서 작은 도시락 하나에서도 주민들의 정성과 자연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다만 일부 산길이 많은 여행객의 밟기 압력으로 훼손된 점이 안타까웠었다.
 
사진 1. 순례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옛 순례객들이 소통하기 위해 불었던 나팔고둥 나팔을 부는 시범을 보였다.
사진 2. 자연스러운 시골길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이것은 자연으로부터 제공받는 서정적인 서비스이다.
사진 3. 한 휴게소에 판매하는 도시락이다.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개성이 넘치고 건강해 보인다.
사진 4. 구마노혼구타이샤의 입구에 세워진 깃발에는 붉은색의 원 안의 검은색 삼족오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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