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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더 숲
  • 안산신문
  • 승인 2018.12.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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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더 숲

                                       위소연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되는 올해,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고 있는가?
저자는 사회생활에서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시골빵집을 연다. 그 이후 빵집 운영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접목시킨다. 지역사회 안에서 이루고 싶은 경제활동을 저자의 삶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의 도전정신도 엿볼 수 있다.

재료 준비를 위해 수요일은 휴무, 직원들은 주 5일 근무를 한다. 주 4일(목, 금, 토, 일) 영업하고 일 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로 휴업한다. 요일마다 나오는 빵이 다 다르다. 빵 가격은 다른 곳보다 비싸다. 지역에서 자연 재배한 쌀과 밀, 깨끗한 물, 천연 효모가 재료의 전부다. 달걀, 버터, 설탕, 우유를 넣지 않는다. 빵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것은 천연효모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의 기술과 노력 덕분이다. 직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경영방식이다.

시골빵집은 정당하게 비싼 가격에 빵 팔기 전략을 세운다. 이 전략에 녹아 있는 상품과 노동력의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은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의 구조적인 모순이 빚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근간이 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습을 바꾸고 흙으로 돌아간다. 다른 생명을 위해서 양분이 되는 반면 이스트처럼 인공적으로 배양된 균은 물질이 부패하지 않게 한다. 방부제, 농약, 돈도 그러하다. 돈은 시간이 지나면 투자 이윤 등으로 불어나게 한다.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는 생각에 돈이 부패할 수 있도록 돈 사용하는 방법을 바꾼다.

무비료, 무농약 방식으로 자연 재배한 재료를 선택한다. 직원들의 복지와 교육을 위해 투자하고, 건강한 빵을 만들어서 소비자로 하여금 제값을 치르고 이를 구매하게 한다. 자연, 생산자, 직원, 소비자 모두 윈-윈 하는 것이다. 빵을 만드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돈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돈이 이윤을 만들지 않는 부패하는 경제를 만든다. 시골빵집의 운영방식은 직원 협동조합, 마을기업의 그것과 비슷하다.

지역 순환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 저자는 빵을 매개로 지역 내 농산물을 순환시킨다. 지역통화의 성격을 띤 빵이 판매되면 될수록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부유하게 한다. 지역의 먹을거리, 환경, 경제를 동시에 풍요롭게 만드는 사회적 경제 활동이 가능해진다. 그 과정마다 순환과 공생이 함께 한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서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4년(또는 5년)마다 한 장의 투표권을 행사함으로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는 있지만 내 지갑 안에 있는 한 장의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매 순간마다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하게 비싼 값을 지불할 때, 환경을 조성하고 흙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돈을 쓸 때 가능하다. 생명력을 갖추고 잠재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경제가 되게 할 수 있다.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주52시간 근무제(주40시간+연장시간12시간)가 시행되고 있다.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저녁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경제가 순환과 공생의 힘으로 생명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꿈꾸는 대로 행동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득 찬 양동이가 흘러넘칠 수 있도록 마지막 물 한 방울을 더해준 것은 저자의 글이다. 부패한 경제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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