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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 14여행 중에도 꿈꾸던 일은 일어난다.
  • 안산신문
  • 승인 2018.12.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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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마법의 순간은 바로 오늘입니다. 황금마냥 움켜잡을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둘지는 당신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 파울로 코엘료 저 ‘마법의 순간’ 중에서 -

여행의 묘미 중의 하나는 지나면서 본 곳을 갑자기 세워 들어가 보거나, 길거리에서 파는 과일이나 음식을 자신만의 판단으로 사 먹어 보는 것이다. 단체관광에서는 불가능 한 일이다.

일정을 빡빡하게 세운 여행에서도 가당치 않다. 그러려면 운전을 하거나 안내를 하는 지역 사람과 소통이 잘 돼야 하고, 당연히 일정도 여유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외국을 방문할 때 본래의 여행 목적 외에 했으면 좋겠다 싶은 아이템들을 가지고 간다.

챙겨서 가지고 간다라기보다는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일본 여행에서는 ‘도로의 역(道の驛, 미치노에키)’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5년 전 일본 북부 이와테현을 방문했을 때 지나가는 길에 ‘도로의 역’을 경험하곤 감동하였었다. 그 직후 관서지방을 여행하여 한 번 더 보았으나 그곳은 휴점 중이어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다른 여행에서도 언제나 기대를 하였다. 그러나 ‘도로의 역’을 볼 목적으로 하지 못했었다. 그러고 싶었지만.


차에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는데 ‘미치노에키’라는 안내가 보였다. 잠이 확 깨었다. 강행군 여행의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여기서 쉬었다 갑시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네 명이 탄 작은 승합차라 큰 목소리가 필요하지 않았는데도 신이 나서 그랬다. 이 여행의 동행자 중 필자와 일본인 안내자를 포함한 세 명이 5년 전 이와테현 여행을 함께 하였던 터라 필자의 관심 사항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소리 높여 동의하고 웃어주었다.

‘이이다떼무라 미치노에키’이었다. ‘무라(村)’는 우리 군 정도의 행정단위로 선출직 촌장이 있다. 휴게소 건물은 새 것같아 개장한 지가 오래지 않아 보였다. 내부에 들어가 보니 나무를 주 자재로 지은 건축물이라 편안하게 느껴졌다.


우선 이 지역의 특산이라는 고구마와 마늘이 원재료인 다양한 선물 포장이 눈에 들어왔다. 벽의 높은 곳에는 농부들의 밝은 얼굴 현수막이 있었고, 지역 이름의 일본주도 보였다. 무엇보다 좋게 보인 것은 농부의 얼굴 케리커쳐를 당당하게 상품 홍보에 쓰고 있는 점과 자신들의 농사법을 적은 소책자의 판매였다.

우리 농산물을 믿어라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신선한 채소와 식재료를 파는 곳도 있으며,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카페겸 식당도 있었다. 한마디로 지역 상품 백화점이었다.


‘미치노에키’는 일본의 일반 도로변에 있는 일종의 휴게소이다, '역'이라는 이름에서 철도역에서 이미지를 가져왔으리라 짐작된다. 역처럼 휴게시설,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이 있다. 하지만 철저하게 지역 농산물과 상품을 위주로 판매한다는 점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도 지역 농산물을 파는 곳이 꽤 있지만 늘 곁가지처럼 여겨진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중심 건물에서 좀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위치에 있어 여행객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일본의 ‘도로의 역’에서는 지역 농민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걸고 생산하는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중심 건물 전면에 내세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이름을 딴 술이나 과자, 빵 등도 함께 판다. 상품들을 바라보면서 디자인하는데 많은 아이디어와 공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판매 시스템을 통해 농민들은 지역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과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음이 분명해 보였다.

 5년 전에 필자의 관서지방 여행을 안내했던 학자는 이렇게 말을 전해 주었다. “지난 15년 동안 여러 차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부와 농업진흥청 공무원, 농협 조합장 그리고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안내했으나 어느 한 지역도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보기는 쉬운데 쉽게 벤치마킹이 잘 안 되는 일본 정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정책은 1993년도 일본 국토교통성이 추진한 것으로, 일반국도를 중심으로 휴게기능과 정보통신 기능 그리고 지역연계 기능 등 세 가지 기능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1,145군데에서 운영되고 있다.”라고 하였다. ‘도로의 역’ 소식지에 따르면 이 정책이 시작되던 1993년에는 103개에 불과하였던 것이 15년 사이에 11배 이상이 늘었다. 안산의 대부도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1. ‘도로의 역’은 주요 관광 방문지이기도 하다. 홋카이도 ‘도로의 역’의 안내 책자가 서점 관광코너에서 팔리고 있다(일본 홋카이도).
사진 2. ‘도로의 역’ 건물들은 대체로 일본의 전통의 특성을 살린 현대식 건물로 편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일본 이이다떼무라).
사진 3. “도로의 역‘의 주인공은 당연히 지역 농민들이다. 이들이 만든 농산물과 농산물을 재료로 한 기념품들이 역에는 가득하다(일본 이이다떼무라).
사진 4. 일부 ’도로의 역‘에서는 체험도 하고 체험한 것을 조리하여 먹기도 한다(일본 이와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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