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저자 패트리스 부샤르동은 우리에게 나무와 인간에 관한 고매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는 에덴동산에 나무를 심고 인간을 거기에 살게 하셨다. 고대의 각종 신화와 전설에도 나무가 등장한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와 잎을 하늘에 뻗고 있다. 나무의 줄기는 땅과 우주를 연결하는 통로이고 인간은 그 줄기에 해당한다.

우리 몸의 심장에서 시작되는 동맥과 정맥은 수많은 혈관으로 갈라져 모세혈관에 이른다. 또한 뇌와 척수에서 시작된 신경계의 메시지는 미세한 신경다발로 갈라져 인체의 각 부분에 도달한다. 이러한 인체의 분배체계는 나무의 줄기와 수없이 갈라지는 뿌리와 가지, 그리고 잎의 모양과 닮아있다.

인간에게는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와 사고하는 정신작용 외에도 ‘에너지조직’이라는 것이 있다. 그 에너지조직의 바람직한 개발과 발현으로 인간은 보다 건강하고 이상적인 자아를 구현할 수 있다. 싱그러운 숲속에 들어가면 나 자신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또한 마음에 끌리는 나무로부터 신비하고 강력한 힘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는 나무에게도 인간과 같은 에너지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조직에서 내뿜는 에너지장이 인간의 것은 수시로 변하는 반면에 나무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 다만 수종마다 특성이 다른 에너지장을 갖는다. 우리는 숲에 들어가 나무의 에너지장과 교감함으로써 질병(문제)을 치료하고 더 차원 높은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과 인습을 버리고 자연과 나무와 동화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나무의 치유력》이 하고 있는 이야기가 마치 신선이 되기 위한 도를 닦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런 류의 이야기는 한편 우리에게는 매우 낯익은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깊은 산속에 들어가 내공수련을 하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예를 닦았다거나 하는 무협지 같은 이야기도 동양인에게는 익숙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와 교감하여 질병을 치료하고, 삶에 대한 보다 차원 높은 시각을 얻는다는 이 책의 전제는 여전히 흥미롭다. 더구나 그 이야기를 서양인이 하고 있다. 조금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논리로 이야기했을 것이라는 바람에서 솔깃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매력적인 방법들은 허황되거나 터무니없는 것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나무의 에너지장과 교감하여 도달할 수 있는 ‘차원 높은 자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감응방식과 명상의 내용은 각자의 선택이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심오한 득도의 경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 맞는 나무와 만나서 그 에너지에 감응하는 창조적인 방식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십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숲치료’라는 산림휴양 프로그램이 보급되어 전국의 휴양림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 책은 숲치료를 지도하는 숲치료사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하여 아침에 숲에 오르는 이들과 자연을 찾는 사람들 모두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밤새 내린 비가 그친 아침, 가까운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가 그 숲을 걸어보면 우리는 어렵지 않게 싱그러운 나무의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다. 기왕이면 더 생생하고 멋진 나무와의 교감을 위하여 《나무의 치유력》을 만나보기 바란다.

                                        이장범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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