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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여행이야기 15여행 중에도 꿈꾸던 일은 일어난다(2).
  • 안산신문
  • 승인 2018.12.2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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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꿈꾸는 걸 이루어보려 할 때 언제 그걸 시작하든 너무 늦음은 없다(It’s naver too late to be what you might have been).’ -  조선일보 ‘이미도의 무비 도시락(100)’이 인용한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글귀 -
  
꿈을 이루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긍정적으로 지니는 것이다. 일종의 체면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기회만 되면 관련된 일들이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접근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문에 관련된 기사가 났다면 기사를 읽고 따로 수집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안 될 일을 왜 그러냐고 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다. 미련한 일 같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주변 사람들이 해당 단어나 일들에 대해 알게 될 때 꿈꾸는 이를 연상할 정도가 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래야 꿈이 다가왔을 때 알 수 있고 잡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영국 런던을 처음 방문했을 때다. 어떤 도시나 지역을 처음 방문하면 긴장을 하게 된다. 런던처럼 하고 싶은 일거리가 너무 많은 곳에서는 더 심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세계생태학회 참가가 여행의 주된 목적인지라 발표준비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다.

이번 여행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생각을 하면서 웨일스의 헤이온와이(Hay-on-Wye)를 갈 방법을 모색해보리라는 생각을 하고 떠났다. 그 마을이 어떤 곳인지 늘 궁금했다. 필자가 가진 꿈 – 바닷가 마을에 만들고 싶은 책방의 롤모델이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방을 만들자며 하는 이야기들이 가장 유명한 ‘책의 마을’을 가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왠지 공허하게 느낄 때가 많았다. 한국에서 검색한 결과 당일로 다녀올 수 없는 먼 거리여서 아쉬움을 간직하였었다.


  런던 공항에서 길을 찾으러 두리번거리니 한 여성이 런던 시내까지라면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감사히 받아드렸지만 약간의 불안감을 가졌었다. 그런 느낌을 알아챈 것인지 자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가족을 마중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며 처음 오는 여행자에게 이런 편의를 제공한다고 하였다. 친절을 베풀어주는 것에 대해 큰 감사를 드리며 슬쩍 책 마을로 가는 길과 방법을 묻고 그 이유까지 설명했다.

그랬더니 적어도 2박 3일 정도의 여행계획을 세워서 가는 곳이라며 교통비도 꽤 든다고 하였다. 이곳에서는 당일에 먼 길을 오가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꼭 가고 싶으면 연락을 하라고 하였다. 얼떨결에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웨일스로의 여행에 대해서는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을 행운이라 해야 할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 어떻게 정리해도 그 제안이 큰 행운으로 다가왔다.

 한국인 학회 참가자들을 찾아보고 이들 중에 함께 갈 일행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면 경비도 절약하고 여행도 훨씬 즐거울 것으로 생각했다. 다행히 남녀 한 명씩 지원자가 나왔다. 운전을 해주었던 교포에게 연락하였다. 아침 7시에는 출발해야 하고 저녁 교통체증이 생기기 전에 돌아와야 했다. 졸지에 네 사람이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온종일. 250㎞, 4시간 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잠시 쉬는 시간을 빼곤 책 마을에 대해 네 사람이 수다를 떨었다.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젊은 몽상가가 만든 세계적인 마을은 이야기 소재로써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쇠락해가는 와이 강가에 있는 숲속의 농촌 마을 헤이온와이로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돌아온 이곳 출신 책 수집자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는 마을을 들뜨게 만들고 자신이 책나라 왕이 되고, 황제까지 되었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가?

 온 동네가 평화로운 동화 속 마을 그 자체였다. 돌로 된 크고 작은 건물들이 책방, 갤러리,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 민박집이 되어 골목과 길거리를 고풍 어리지만 예쁘게 꾸몄다. 중심부에는 좁은 골목 귀퉁이나 언덕 자락까지 상점들이 있는데 마을 풍경과도 너무나 잘 어울렸다. 어떤 중고책방에는 책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하였다. 사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관광 성수기가 아니고 평일인데도 주차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간단한 식사를 포함하여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운전자는 갈 길을 재촉하였다. 아쉽지만 마을의 모습과 책방들을 최대한 마음에 많이 담고 되돌아왔다. 오간 시간만 10시간이었다.


  책 황제의 진짜 업적은 고향 마을을 살려내고 큰 명성을 얻게 만든 것에 있지 않다. 전 세계의 어려운 마을에 영감을 제공하고, 마을 만들기 운동가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갖게 한 것에 이바지한 것이 더 크다. 상상력이 만들어 낸 멋진 책마을, 이제 그곳에는 매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수준 높은 ‘헤이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때가 되면 전 세계 책 애호가들은 마음이 설렌다.
 
 사진 1. 헤이온와이 마을 입구에는 당당하게 ‘책의 마을(town of book)’이라는 마을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다.
사진 2. 마을의 주차장에서 평일에도 방문객이 많다는 점과 마을 주변에 숲이 많을 것을 잘 알 수 있다.
사진 3. 마을 중심부의 거리에도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책의 마을이 되기 전에는 아주 낙후된 모습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4. 마을에는 크고 작은 책방들이 많은데 모든 책방을 비롯한 모든 상점은 자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5. 마을의 몇몇 곳에는 예쁜 무인 판매대도 있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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