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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느낄 땐 훌쩍 섬으로 떠나자.제종길의여행이야기 <18>
  • 안산신문
  • 승인 2019.01.2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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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함께 있고 싶은 희망 사항이 지속되려면, 서로를 들여다보려고만 하는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서로 얽어매기보다는 혼자 있게 할 일이다. 현악기의 줄들이 한 곡조에 울리면서도 그 줄은 따로이듯이 그런 떨어짐이 있어야 한다. -류시화가 엮은 법정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글 ‘함께 있다는 것’중에서-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고 관계 맺기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떠들다가도 돌아올 때면 더 허전하고 가슴이 뻥 뚫린듯한 기분으로 착잡할 때가 있다. 필자만 그런가? 그래도 술 한잔하자고 전화하면 뛰어나올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괜찮은 우정이라 생각한다.

거꾸로 친구의 외로움을 눈치채고 “술 한잔하지?”라고 연락해온다면 속으로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할지도 모른다. 술 한잔으로도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날려 보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멀리 떠나야 한다고 답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심정까지 알아주는 친구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한 외로움을 느끼면서 바보 같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평소 자주 보는 선밴데 갑자기 섬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였다. 멀리 말고 가까운 볼음도라고 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라도 떠나고 싶었었다. 게다가 갯벌을 연구하면서 꼭 가야 했던 곳이었으나 못가 아쉬움이 참 많았었다.

상상으로 그곳의 갯벌을 들여다보기도 했고, 어쩌면 꿈에서 한 번쯤 갔었던 곳일 수 있다. 가끔 신기한 경험을 하곤 한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하고픈 것이나 자신도 분명하게 들어낼 수 없는 어떤 것을 친한 사람들이 하자고 제안해 올 때가 있다. 텔레파시로 알게 된 것 아니냐고 말은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사람들 사이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연결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섬을 간다고 하니 제안한 선배 외에도 일곱 사람이 더 나섰다. 하루 전날에 연락하였음에도 대군단이 떠나는 섬 여행이 되었다. 모두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했다.

모자와 하룻밤을 자야 하니 내의 한 벌이 다였다. 이렇게 단출한 여행은 처음이었지만, 여럿이 움직이니 외로울 틈이 없었다. 다른 이들은 필자의 눈치를 살피며 보살펴 주려 하였다.

일행들은 세 명씩 아침 일찍 강화도 외포리 항에 모였다. 포구 대기실과 그 주변에는 평일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섬을 떠나야 하는 나름대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허름한 가방 하나를 메고 무표정한 표정을 가진 남자와 화려한 등산복 차림을 한 여성들의 수다가 대비되었다.

다른 이들이 우리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다양한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같은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보기에는 서로 다른 복장들이었다. 회사 야유회를 떠나는 일행으로 보았을까? 아니면 천적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보았을지 모른다.

 서늘한 바람이 약간 불긴 했지만, 바다는 고요하였다. 초여름의 이상적인 날씨였다. 배가 바다를 가르고 나아가니 잡생각들과 상념이 사라졌다. 삶의 현장을 두고 떠난 것인데 도피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필자가 그리워하던 바다가 그것에 있었고, 바다와 함께 생존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필자나 일행들은 여전히 외부인들이다. 우리가 섬으로 가는 것은 육지 사람들에게 떠나온 것일지 모르지만 섬사람들이 보기에는 바람처럼 스쳐지나 것이다. 관점이 달랐다. 그들에게 섬에서 떠나야 진짜 떠나는 것이 된다. 저 멀리 섬들이 겹쳐 보이고 섬 주변에 너른 갯벌이 보이자 승객들은 부산해지기 시작하였다.


  강화도는 여러 개의 부속 섬들을 가지고 있다. 연육된 석모도가 가장 크고 외포리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곳에 있다. 석모도에서 약 8㎞ 정도 떨어진 곳에 네 개의 섬이 늘어 서 있는데, 강화도 부속 섬 중에 가장 외곽에 있는 유인도들이다.

북쪽에서부터 말도,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인데 볼음도가 가장 넓다. 그러니 강화도에서는 석모도 남쪽으로 돌아서 북향하면서 주문도와 아차도 앞을 지나야 볼음도에 닿는다. 갯벌들은 이들 섬의 서쪽에 드넓게 펼쳐지니 항해 중에는 저 멀리 보인다. 그 갯벌들을 만나러 갔다.


  저녁이 다되어서야 갯벌로 나섰다. 물 때 때문이다. 그날은 오후 늦게 물이 빠지기 시작하였고 물이 다 빠진 다음에 나가면 돌아오기 힘들므로 어는 정도 빠지면 경운기를 타고 물속을 헤쳐나가자 외로움은 물속으로 빠져나갔다.

건강망까지는 직선거리로 3㎞가 넘게 나가야 하는 먼 길이었다. 남한에서 가장 넓고 자연성이 뛰어난 갯벌 속으로 들어서니 점점 작은 점이 되어갔다. 가는 동안 석양이 지고 밤이 스며들 듯 다가왔다. 밤이 되니 함께 하는 이들이 더 가까워졌다. 함께 조개를 캐고 밴댕이를 잡으며 소주 한잔하며 세상일을 잊었다.
 
 사진 1.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은 갯벌에서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잡아낸다. 다 빠진 다음에 건져내면 갈매기와 경쟁을 해야 한다,
사진 2. 해가 진 드넓은 갯벌에 서면 하늘과 바닥의 경계가 사라지고 자연 앞에서 겸손해진다.
사진 3. 갈매기들은 어민들의 친구이자 경쟁자이지만 갯벌 생태계에서는 둘 다 구성원으로 역할을 한다.
사진 4. 건강한 볼음도 갯벌에서 생산된 백합은 도시에서 온 외지인들에게 참 바다 맛을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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