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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았던 여행이 더 기억에 남는다.제종길의 여행이야기<18>
  • 안산신문
  • 승인 2019.01.3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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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 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위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중에서-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라는 영화가 있었다. 지하철 문을 여닫는 그 순간, 타느냐 마느냐에 따라 주인공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 영화였다. 인생에서 한 번의 작은 선택이 인생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이후에 우리나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같은 주제의 시리즈가 인기를 끈 적도 있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흔히들 중국음식점에서 ‘짬뽕인가?, 짜장면인가?’로 고민일 때 인생의 어떤 순간보다 더 선택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런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그럴 때면 과연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영화처럼 미래를 알 수도 없다. 대부분 더 편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지만, 필자는 그럴 때마다 꿈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학자가 되고 싶은데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대학원 시험을 보기도 했다. 필자에게는 지극히 어려운 길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도피로 보였다.

인생은 누구나 두 번 살지 못한다. 그러니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픈 일에 욕심을 내느냐 아니면 마느냐인데. 그것도 아니면 잠시 떠나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그래서 누구는 머나먼 길을 걷는 도보여행을 떠나고, 어떤 이들이 집에서 먼 바닷가에서 낚시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 외딴 사찰에서 책을 하염없이 읽는다. 그래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그 ‘떠남’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살면서 고민이 어디 한 번뿐인가? 그때마다 떠날 수 없다. 그러면 떠돌이가 되고 떠돌다가 인생을 소비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 느낄 때 판단하라. 어쩌면 선택을 하려는 준비이기보다는 선택한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두고 훌쩍 떠나는 일은 누구에겐 처연한 일일 수도 있다. 두려움에 떨 정도로 소유한 것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결단을 해야 진정한 ‘떠남’이 된다. 지구에 모든 것을 두고 우주로 출발하는 우주선의 비행사처럼, 돌아오지 못할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

물론 죽으러 떠나란 이야긴 아니다. 그렇게 각오하고 나면 어쩌면 낭만적일 수도 있다. 멋진 일일 수도. 우리 동네 사람들을 죽이러 가끔 찾아오는 괴물을 무찌르려는 떠나는 동네 청년처럼 생각하라. 큰일이면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질 수 있다고 자부하라. 또 작은 일이면 어떤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다른 쪽 선택보다 이쪽이 옳다고 생각하라. 어느 누가 다른 쪽 선택의 결과까지 알 수 있나.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떠날 땐 편하게 떠나면 된다.

 유럽으로 가자고 했다. 젊은 후배들이 와덴해를 안내를 해달라고 했다. 어떤 힘든 문제로 답을 찾을 수 없어 떠나고 싶었는데 경비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바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덴마크에서부터 네덜란드까지 펼쳐진 거칠고 험난 갯벌과 모래섬들이 있는 바다를 와덴해라고 부른다. 해안에는 아름다운 마을도 많고, 작고 아담한 환경교육센터들이 많다. 갯벌보전을 위한 일을 하면서 여러 곳을 방문했었다. 갈 때마다 한번은 이곳 해안 전체를 천천히 방문해보리라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함부르크 공항에서 승합차를 빌려서 교대로 직접운전을 하며, 해안의 북쪽으로 향했다. 보름 동안 세 나라의 18곳을 넘는 마을 센터를 찾아 나섰었다. 덴마크에서는 소금으로 절인 생선을 넣은 샌드위치도 먹기도 하고, 낡은 건물에서 바다를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어느 곳에서나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쳤다.

독일 한 마을의 숙소 안에서 라면을 먹고 그 라면 냄새가 밸까 봐 창문을 열어 놓고 추운 밤을 지내기도 했다. 한 모래섬에서는 여성이 혼자서 교육센터를 만들고, 그 기능을 늘려나가는 강인함을 보기도 했고, 갯벌 국립공원을 지키는 이들과 체험 활동을 함께 해보기도 했다.

 독일의 한 슈퍼에서 늘 배고파하는 젊은 동료들을 위해 우리나라 족발같이 보이는 슈바인스학세(Schweinshaxe)를 사서 나누어 먹으며 이동 중 네덜란드 국경 인근 휴게소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찰 합동 수사반에 의해 포위되었던 적도 있었다. 중국인 불법 입국자로 오인되어 체포될 뻔하였던 것이었다. 좀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차림새가 초라해서 생긴 슬픈 이야기였다. 어렵게 네덜란드의 최남단 방문지인 텍셀섬을 마지막으로 여행을 끝내면서 마음은 평온해지고, ‘돌아가자마자’ 선택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진 1. 덴마크 해안지방의 전통 음식인데 마린 가자미를 구워 버터를 바른 빵에 넣어 먹는다. (덴마크 에스비에르 국립공원센터)
사진 2. 한 갯벌 자연센터에서 갯벌을 체험할 관광객들이 갯벌로 나가고 있다. 갯벌 체험을 통해서 자연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덴마크 리베)
사진 3. 민간환경단체가 운영하는 환경교육센터, 이 센터는 와덴해 주변 자연보호구역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에게 환경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 퇴닝)
사진 4. 와덴해의 갯벌들은 대개 인공적으로 확대된 갯벌들이다. 멀리 보이는 나무 울타리는 물 속의 퇴적물입자들이 낙하하여 쌓이도록 하는 시설이다. (네덜란드 아말렌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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