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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몬스터 <김주욱/온하루>
  • 안산신문
  • 승인 2019.01.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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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핑크 몬스터 
                                             <김주욱/온하루>

누구나 손쉽게 예술과 접할 수 있는 요즘, 근사한 화가의 작품 앞에서 남모를 허탈함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림과 짤막한 제목을 암호 풀이하듯 골똘히 바라보다 짐짓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설 때면 묘한 소외감마저 든다. 가까이 있지만 아직 친해지지 못해 서먹한 친구 같다.

《핑크 몬스터》는 그런 의미에서 참 반갑고 신선하다. 자신을 ‘미래의 피카소’라 부르는 화가 양경렬의 그림을 소설가 김주욱이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전문용어 섞인 딱딱하고 어려운 해설이 아니다. 한 편의 그림과 한 편의 소설이 만나 새로운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김주욱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꽤 오랜 기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그림을 ‘마음의 고향’이라 표현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어쩐지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 중 여섯 편은 그림을 소설로, 한 편은 소설을 그림으로 재해석 한 것이다. 각각 다른 일곱 개의 테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히트는 추상적인 화가의 그림과 달리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무인도>에서 물감 값을 벌기 위해 모델하우스 야간경비원으로 일하던 그는 어느 밤 직원들 몰래 그곳에서 혼자만의 만찬을 계획한다. 그러다 무단 침입한 노숙인 여자에게 된통 당하고 만다. <끌어당기기>에서는 오래된 연인과 모텔 침대 위에서 웃지 못 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지하철 안을 무대 삼아 채칼로 썬 오이를 얼굴에 착착 붙이며 대사를 읊는 <객석을 점거한 히트>의 모습은 읽는 이에게 묵직한 아픔과 함께 세상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유일하게 소설을 그림으로 해석한 표제작 <핑크 몬스터>에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히트는 분신처럼 아끼는 무선조종 트럭 ‘핑크 몬스터’를 불량한 또래 친구들로부터 지키려다 얻어터지고 결국 제 손으로 산산조각 내고 만다. 언젠가 주변에서 한 번 마주쳤을 것만 같은 히트. 한결같이 우울하고 익숙한 현실 속에서 초라하지만 또렷이 살아있는 그를 통해 작가는 저 멀리 있는 화가의 의식을 우리 앞에 바짝 끌어다 놓는다.

이 책 《핑크 몬스터》는 그림이 글의 보조 수단이 되지 않는다. 또, 글이 그림을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는다. 배경색을 달리하는 제목과 간단한 작품설명을 읽고 한 장 넘기면 마치 화보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보인다. 그리고 뒤이어 그림 속에 숨어있던 비밀스러운 히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술과 문학이 각자의 독립성을 그대로 지니는 한편 서로를 반사함으로써 읽는 이에게 한층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을 준다. 미술작품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평범한 독서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보고 읽는, 혹은 읽고 보는 소설을 통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롭고 독특한 예술의 세계에 한 발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이주현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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