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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민 그레더/보림>
  • 안산신문
  • 승인 2019.02.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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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아민 그레더/보림>

제목은 섬인데 표지에 보이는 것은 높이 쌓인 장벽뿐이다. 섬 주변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그 흔한 새들과 파도가 부딪치는 바위, 어부들의 작은 배조차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높다란 벽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하다. 첫 장을 넘겨보니 면지가 회색이다. 밝음과 어두움의 경계를 나타내는 색. 깔끔하고 차분하지만 우울하고 쓸쓸한 게 무겁고 어두운 내용의 그림책임을 넌지시 알려주는 듯하다.

어느 날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해변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들과는 다른 모습에 사람들은 경계하고 내쫓으려 한다. 하지만 위험한 바다를 잘 아는 어부의 도움으로 염소 우리에 머무르게 된 남자. 며칠을 굶은 남자는 배가 고파 마을에 나타나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돼지한테나 던져주던 음식을 얻을 수 있었지만 다시 더 단단한 염소 우리 안에 갇히게 된 그. 그 남자가 섬에 머물게 되면서 사람들은 낯선 존재로 인해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자신들 모두를 죽일 거라는 경찰관의 말과 더불어 신문에 기사까지 내보낸다. 순식간에 불안이 온 섬을 뒤덮고, 결국 남자의 몸을 묶은 채로 타고 온 뗏목에 태워 쫓아낸다. 낯선 자를 섬에 머물게 한 어부의 배도 불태워지고 사람들은 이제 물고기도 먹으려 들지 않는다. 섬 둘레에 높은 장벽을 쌓고 밤낮으로 바다를 감시할 탑도 세운다. 심지어 갈매기와 가마우지가 지나가면 쏘아 죽인다. 그 후 섬 바깥에 있는 누구도 섬 안의 소식을 들을 수 없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니 가슴이 먹먹하다. 표지에 그려진 장벽은 섬 안에 살고 있는 사람과 낯선 외인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다. 너와 나의 보이지 않는 벽을 나타낸 것이다. 이내 고깃덩어리를 떠오르게 하는 덩치 큰 섬사람들과 달리 왜소하고 벌거벗은 남자, 그가 타고 온 허름한 뗏목에 다시 시선이 간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과연 우리는 나와 다른 이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니 받아들일 수는 있는 걸까? 이 모든 내용을 “일상적인 이야기”라고 표현한 작가가 냉정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오랜 시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림책이다. 아이보다 어른이 먼저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그림책에 대한 내 편견을 깨준다.

글은 짧지만 그림에서 더 많은 정보를 읽을 수 있으니 장면 하나하나 살펴봐야 한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마을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 놀라는 여자의 모습은 뭉크의 절규를 떠오르게 한다. 커다랗게 벌린 입과 동그랗게 치켜 뜬 눈은 극한의 공포를 보여준다. 또한 이방인을 향한 그들의 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광경 또한 눈여겨 봐야한다. 시종일관 경계심 가득하고 험악한 표정, 힘껏 움켜쥔 주먹에서 낯선 이를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하다.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화가 나고 이내 한숨짓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책은 모든 것이 어두운 무채색이다. 아이와 어른들의 옷과 가구, 파도와 하늘조차 검게 표현된다. 마치 검은 파도와 하늘이 낯선 이에게 닥칠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는 가구와 같다. 그러니 우리가 책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지독하게 더웠던 올 여름 남부럽지 않은 호캉스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면 이제 북캉스를 떠나보자. 아민 그레더의 《섬》과 함께! 에메랄드빛 바다와 작은 통통배 그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인심 좋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흔한 섬이 아닌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섬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최시현<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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