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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순간부터 설레는 여행을 만들자제종길의여행이야기 <21>
  • 안산신문
  • 승인 2019.02.2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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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일반적으로 몇 주 후나 몇 달 후에 집으로 서둘러서 되돌아가는 반면, 여행자는 한 장소나 그다음 장소에 똑같이 속해 있다. 여행자는 몇 년에 걸쳐 지구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폴 볼스의 ‘셀터링 스카이(The Sheltering Sky)’에서 나온 글, 폴 서루의 ‘여행자의 책’ 중에서-

생태관광을 떠나는 여행자들은 지역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보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 적절한 해설도 요구하기도 하는데 여행의 깊이를 더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한다.

대체로 10명 이내 소규모 여행을 하며 여러 관광지를 다니려 하지 않고 느린 삶을 즐기려 한다. 일반 단체관광에서 나타나는 관광지에서의 쇼핑이나 놀이보다는 이색 경험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전통가옥에서 머물며 전통 삶을 체험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어울리게 되고 그들의 일상생활도 경험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자연자원을 재료로 한 음식을 맛보게 된다.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이다.

 설령 생태관광이 아니더라도 집을 떠나는 순간 이런저런 상상으로 설레게 된다. 집은 떠나는 이유가 되는 대상이 아니므로 집을 나오는 그 자체로 설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늘 아늑하고 평화로운 집이라 할지라도 어디론가 떠나는 것에 가슴이 쿵쿵 뛰게 된다.

목적지가 먼 곳일수록 더 그렇다. 일생 중 두 번 다시 갈 수 없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필자는 젊은 시절 스쿠버다이빙을 배워 지금껏 즐기고 있다. 처음 배울 때는 물 속이라면 어디라도 좋았다. 가는 날이 미리 정해지면 그날이 올 때까지 매일 밤 수중의 전경을 그려보았던 경험이 있다. 여행은 왜 사람을 벅차게 만들까? 떠나가도 전부터.


 두근거림은 어쩌면 떠난다고 결정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일종의 도전인 까닭이다. 열정만 가지고 있다면 도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당연히 준비는 해야겠지만 비행시간이나 거리, 음식 그리고 독특한 기후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여행을 떠날 수 없거나 망설이게 된다. 현장을 가보지 않고 하는 고민은 결국 사서 하는 것이 되고, 예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없는 완벽한 계획이 있다면 그 여행은 재미가 크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은 일이지만 일과는 다른 면이 있는 것이다. 도전해야 한다. 내 일을 다 하고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버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 버린 크기만큼 여행은 감동으로 대신한다.

 약 8년 전에 한 후배로부터 전시용 해양동물 골격을 구하기 위해 한겨울에 러시아로 출장을 간다고 하여 따라나선 적이 있었다. 목적지가 러시아 동북단에 있는 도시라고 하여 무작정 함께 가겠다고 했었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바로 연안으로 따라 북상한다면 거리로 보아 6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가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떠나는 항공편은 여름에만 운영한다고 하였고, 설령 있더라도 이 항공편도 하바롭스크와 야쿠츠크를 거쳐서 이틀이나 걸린다고 했다. 안전 등을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모스크바를 거쳐 가는 편으로 정하였다. 그러다 보니 서쪽으로 향해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가야 하는 다소 괴상한 여정이 되었다. 모스크바까지 약 9시간 그리고 하룻밤을 자고 다시 목적지인 아나디르(Abadyr)까지가 또 9시간이니 비행시간만 18시간이었다.

다들 그 먼 곳에 무엇하러 고생하며 가느냐고 말렸다. 멀어서 더 좋다고 하면 놀리기까지 하였다. 비행일정만 보면 분명 고단한 여행일 수밖에 없었지만 실제로 멀어서 좋았다. 지치지 않게 해주는 설렘이 있어서 그랬다.

 아나다르시는 베링해로 흘러드는 아나다르강의 하구에 있다. 이 외딴 도시는 일반적으로 추콧카라고 하는 추코츠키 아브토놈니 자치주의 수도이다. 수도라고 하지만 인구는 약 12,000여명이 사는 작은 도시이다. 주 전체가 한반도의 3.3배가 넘는데 전체 인구가 53,000여 명이니 이 주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셈이다.

이곳에는 공항도 있고 겨울엔 부동항이 되지만 항구도 있어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한 곳이어서 사람들이 모여든 것 같았다. 바다 건너 알래스카의 도시와도 소통할 수 있어서 미국 관광객들도 찾는다. 또 전시용 대형 동물골격을 찾는 사람도 찾는 곳이다. 자치주의 북쪽 바다에는 바다코끼리나 고래 등 초대형 바다 포유동물들이 서식하고 있고, 원주민들은 사냥이 합법적이어서 다른 곳보다 골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황량한 툰드라 도시가 더 유명해진 것은 영국 축구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와 연관이 있어서다. 이 억만장자는 2000년부터 8년 동안 이 자치주의 주지사를 지냈으며 그동안 많은 사비를 들여 아나디르에 인프라를 건설하였다. 끝도 보이지 않은 광활한 눈벌판의 조그마한 도시지만 다른 나라의 큰 도시처럼 오염이나 사기와 같은 부정적인 일도 일어나고 있었다.

사진 1. 아나디로 외곽은 모두 평탄한 설원이다. 겨울에 항공편이 운항이 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될 수도 있다.
사진 2. 아나디르 시내, 건물들의 모양 대부분 사각형으로 단순하다. 건축 기간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3. 발전소이자 열공급시설인데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로부터 격리된 곳임에도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 4. 세계에서 가장 큰 목재로 지은 성당인 러시아 정교 성당(Holy Trinity Cathedral)이 이 아나디르의 유일한 역사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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