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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람<우치다테 마키코/한스미디어>
  • 안산신문
  • 승인 2019.02.2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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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을 뒤로 하고 활짝 폈다가 꽃비를 내리고 꽃무덤이 된다.’ 일본 고승은 벚꽃에 빗대어 인생사의 허무함을 표현했다.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다. 우리 모두 마지막에는 일렬횡대다. 미인도 수재도 인생의 종착지는 모두 비슷비슷하다.

“아직도 이렇게 기운이 팔팔한데, 죽은 사람 취급을 하며 왁자한 이별 의식을 치르고 떠나보낸다. 정년퇴직이라…. 이건 뭐 생전 장례식이다.” (7쪽)

그저 일이 좋았다는 주인공 ‘다시로 소스케’는 단카이세대(일본 베이비부머)의 전형이다. 도호쿠 지방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일류 은행에 입사하여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일과 출세를 위해 성실하게 살았다. 그러나 마흔 후반 임원이 되는 것에 실패했다. 흔히 말하는 일의 능력이 아닌 사내 정치 능력이 부족했다.

회사는 보통 갑자기 끝난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 자회사로 밀려난 후부터 조금씩 끝난 사람 쪽으로 유도한다. 연착륙 준비 태세는 단계적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경력이 화려할수록 착지가 불안하다. 주목 받은 인생일수록 낙차가 크고 끝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섬뜩한 책 제목에 압도된다. 흰 표지에 꽃다발과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안경 쓴 주인공의 모습과 제목이 대조된다. 학창시절부터 수재 소리를 들은 그는 은퇴자들의 평범한 일상을 경멸한다. 하지만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평생 직장인이었던 그는 소속감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다. 여전히 일이 하고 싶다.

그러다 IT 벤처기업의 고문을 맡게 되면서 예전의 빛을 되찾는다. 그러나 여기서 그는 이미 끝난 사람으로서 물러나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갑작스런 회사 사장의 죽음으로 사장 대리를 맡게 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회사의 빚을 모두 떠안는다. 바닥까지 경험한 주인공은 실패의 책임을 지고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는 바다에서 4년을 보낸 뒤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를 보며 말한다. “연어는 회귀해서 바로 죽어, 그렇지만 나는 재개할 거야.”(438쪽)

우치다테 마키코는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 각본가이자 작가다. 그동안 드라마만 50편, 소설 장·단편 44편, 산문 76편을 썼다. 일흔다섯이 넘었지만 현역인 작가는 사회세태를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낸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현실적으로 쓴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 인물을 통해 현재 일본의 사회상을 자세히 그려냈다.

일본의 단카이 세대, 회사형 인간의 전형인 주인공과 은퇴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외면, 삐걱거리는 부부관계, 사업실패, 노후자금탕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졸혼 등 시니어의 문제들을 다룬다. 그러나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끝난 사람》은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젊은이들에게 은퇴 후 삶에 대한 고찰의 기회를 주고 시니어들에게는 은퇴의 충격과 그 이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 주인공이 겪는 여러 일화를 통해 은퇴 후 재개와 품격 있는 쇠퇴의 대립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소영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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