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가물어서 쥐 불 놀이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 정원 대보름을 맞이하고 있다.
유난히도 올 겨울은 지방 곳곳에서 불이 난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많이 보도되고 있다.
겨울철인데도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

오늘 밤이 음력으로 14일 그러니까 열나흘 밤이다. 오늘 저녁은 오곡밥에 아홉 가지의 나물에 밥을 아홉 번 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홉 가지 묵은 나물은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버섯 고사리 등 이다. 또한 복쌈이라는 것도 있다. 김이나 취나물에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무도 아홉 짐을 해야 한다고 옛날 어르신들이 했던 것 같다.
난방과 취사를 모두 나무로 땔감을 해서 넉넉하게 쌓아 놓으려는 뜻이 있어서 일 것이다.

보름날 아침이 되면 호두나 땅콩을 깨뜨리게 하는 부럼 깨기도 했다. 호두와 잣 땅콩 은행밤 을 깨드리는 의식은 옛날엔 피부병(부스럼/종기)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하여 피부병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의식을 했던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땅콩도 귀했다. 호두와 잣은 더 귀했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 가보면 빛깔이 좋은 땅콩과 호두 밤 등이 판매대에 그득히 담겨져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에는 견과류를 꼭 먹어야한다고 해서 집집마다 사람의 뇌 모양을 닮은 호두가 좋다하여 웬만한 가정엔 사시사철 식탁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생산량이 적어서 견과류가 부에 속해서 일반인들이 구해서 먹기가 쉽지는 안았을 것이다. 요즘 건강 상식에서 알 수 있듯이 견과류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해서 그 옛날에도 농한기인 명절 때를 놓치지 않고 명절 음식으로 구해서 나누어 먹게 했던 지혜의 한편이 아닐까 한다.

또 아침에는 귀밝이술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집안의 큰 어르신이 작은 종지에 주는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귀밝이술은 귀가 잘 들리고 좋은 소리만 많이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것도 찬 귀밝이술을 나누었던 것 같다.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밤이 되면 쥐불놀이도 한다. 또한 다리 밟기를 하여 다리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 아침에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더위팔기를 한다. 아침에 사람을 보면 급히 이름을 부르고 대답하면 “내 더위 가사라”라고 말한다. 이렇게 ‘더위팔기’를 하면 올 한 해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이 보름날 아침이 되면 의식이 제법 많았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명절속의 조상들의 지혜가 잘 전해져서 요즘 처럼 물질만능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우리들이 배워서 아끼고 절약하는 법과 모든 것을 귀히 여기고 나누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명절속의 의식은 주술적인 면이 많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건강하고 무사태평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화합하여 단결하는 모양이 지금도 우리의 삶속에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여러 모양으로 그 것을 하고자 모두들 나름 무던히 애쓰고 살아가고 있다. 의식은 세시 풍습이라 여기고 이어져 가야하는 전통의 모습으로만 잘 이어져 그 것에 현대 것을 더 얹어서 아름답게 발전되기를 우리가 다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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