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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나는 여행은 혼자라야 제맛이다.제종길의여행이야기 <22>
  • 안산신문
  • 승인 2019.02.2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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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포개지는 것, 흐르긴 해도 포개지고 쌓인다.”라고 했다. 투쟁과 여행은 포개지면서 인간의 영혼을 두텁게 만든다. 그러니 지금 가진 것을 잃어버린다 한들 멈출 수 있을까. - 여행잡지 ARTRAVEL(TRIP 39)의 김민아의 글 ‘낭만 파리의 이면’ 중에서-

어디선가로부터 떠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으로부터 떠나는 일도 그렇고 오래 다니던 직장으로부터 떠나는 일도 그렇다. 그중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어쩌면 집으로부터 떠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떠나는 일이자 되돌아오지 않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안주하면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행하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생각을 깊이 하면 할수록 떠나기는 더 어려워진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백 가지이고 대외적인 명분은 어디에도 없기 마련이다. 두려움이 커진다. 두려움이 점점 쌓이는데 어찌 떠날 수 있겠는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여행이 대안이다.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라고 했나 보다. 미운 사람으로부터 아니면 지겨운 직장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혼자 하는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외로움이 약이 되어 자신의 속마음을 알게 된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는 혼자 걷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순례자의 길이니 결코 놀러 가는 길은 아닌 까닭이다.

몇십일을 혼자 걸으니 얼마나 큰 고통이겠는가? 혼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는 것은 역설적으로 더 강해지는 방안이다. 여행도 일종의 투쟁이다, 여행가 김민아의 글에서도 여행은 투쟁처럼 싸우면서 두터워진다고 했다. 두터워진다는 것은 내면이 단단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떠날 때는 말 없이 떠나는 것이 좋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캥거루섬이라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다 그렇지만 이 섬은 더 자연스럽고 전체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섬 어디에도 번잡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한적한 야생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가 잘 아는 제임스 쿡 대학교의 한 교수는 매년 적어도 한 주 이상을 다른 이들과 소통을 차단하고 이 섬에 들어간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핸드폰도 가지고 가지 않는다. 사실 이 두 첨단장비를 가지고 가면 혼자서 가는 여행이 아닐 것이다. 매일 지인들과 소통하고 찍은 사진이나 여행의 심정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또 전 세계로부터 온갖 소식을 접하게 되니 말이다. 일 년에 일주일 이상이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는 것 두터워지는 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하지만 정작 멀리 가려면 혼자 또는 혼자라는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멀리’는 ‘시간’이나 ‘물리적인 거리’일 것이다. 혼자가 되어서 낯선 장소에서 가면 한곳에 머물러도 이미 너무나 멀리 나와 있는 것이 된다. 심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을 바라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소중했던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과 공간이 볼 수 있다.

혼자 떠날 때는 평소에 꿈꾸던 곳으로 가라. 꼭 그런 곳을 향하지 않더라도 중간에 그런 곳이 보이면 멈추어야 한다. 다음 날 일정도 포기할 수도 있다. 무작정 떠나는 혼자 여행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다. 약간의 경비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 않고 떠나도 되지만 노트 하나와 읽을 책 권 그리고 옷가지 약간만 가방에 넣어도 준비는 충분하다. 그 책도 꼭 읽지 않아도 되고 노트에는 한 글자도 쓰지 않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독일의 와덴해 해안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곳을 여럿 발견하곤 한다. 특히 슐레스비히 홀스타인 (Schleswig Holstein) 지방의 퇴닝 인근에 그런 곳이 많다. 혼자 이곳에 있는 와덴해국립공원 사무실을 혼자 찾았을 때가 있었다. 이전에 지나가다가 저곳을 꼭 다시 와야겠다는 곳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보았다. 필자가 만들고 싶었으나 평생 꿈만 꾸다가 아직 이루지 못한 집이 그 자리에 있었다.

독일 한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환경교육센터 같은 곳인데 크지는 않지만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훨씬 좋았다. 혼란했던 마음마저 차분하게 되돌릴 수 있었다. 방문한 아이들이 좋아하고 막 뛰노는 그곳에서 반나절을 머물면서 또다시 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가지 못하고 늘 마음속에 두고 있다.
 
 
사진 1. 독일에서 가장 큰 환경단체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생물다양성 보전연합(Nature and Biodiversity Conservation Union: NABU)’이 운영하는 퇴닝 지역의 환경센터이다.
사진 2. 센터 내에는 누구나 편하게 다니며 환경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교재들을 편하게 접할 수 있다.
사진 3. 아이들이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노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어서다.
사진 4. 센터에서는 여러 공간을 이용하여 방문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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