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임을 가면 연로하신 부모님들 이야기가 한 보따리다. 애들 키우면서는 자녀이야기, 어느 정도 지나서는 물심의 여유가 생겼는지 여행이야기가 주를 이루더니 그것도 잠시, 이제 연로한 부모님 병수발로 꼼짝을 못하는 이들이 하나둘 나오며 주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그중 치매가 큰 걱정거리다. 몸이 아픈 것은 심각하지만 않다면 시술을 하든지 약을 먹든지 해가며 버텨낼 수가 있는데 정신이 아파버리면 대책이 없다. 온 가족이 비상이 된다. 그래서 심한 경우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모시기도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간병도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인 한 명은 자신의 노모가 병원에서 허리시술을 받은 직후 갑자기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더니 아예 치매가 왔다고 속상해했다, 그런데도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고 환경변화를 핑계로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하기를 종용한다며 무책임한 병원에 대해 원망과 분노를 표했다.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하면 기자인 내게 제보처럼 하소연을 했을까 싶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연로하신 친정아버지가 설명절 전에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상태가 심각하여 초상을 치르는 줄 알았다. 다행히 고비는 넘겼지만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상태라 대학병원의 권유로 요양병원에 모셨다. 고비를 넘긴 직후 치매증상을 보여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 지금은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신 덕분에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에 계신 친정아버지의 경우,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아버지의 상실감을 우려해서 매일 교대로 병원을 들여다보고 있다. 언니는 매주 주말에, 나는 멀고 바쁘다는 핑계로 2주에 한번 꼴로 간다. 손주들도 번갈아 들르고 하니 그나마 우리 아버지는 나은 편이다. 어떤 환자분은 자신을 계속 병원에 두고 찾지 않는다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데려가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요양병원은 의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비상사태에 손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요양원보다는 조금 낫다. 하지만 보호자로 직접 가서 종일 있어본 요양병원은 봉사차원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노인환자들과 음식물들로 인해 나는 비릿하고 쾌쾌한 냄새를 비롯해 주변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을뿐더러 24시간 간병이 불가능해보였다. 개인간병인을 두면 비용이 두 배라 부담도 크다.

현재 요양병원의 경우, 6인실 공동간병일 때 1인당 약 1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론 등급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대략 그렇다. 거기에 나라 보조금까지 합치면 병원이 가져가는 수입이 엄청나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날로 늘어나는 이유다. 사명감만으로 세우지는 않을 것이니 병든 노인들이 이익을 많이 남게 하는 고객인 셈이다. 

좋다. 이윤을 남기는 것까지야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어차피 집에서 관리가 되지 않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찾는 것이니 자녀입장에서 그나마 고비용을 감당하더라도 고마운 마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윤을 남긴 만큼 고객만족을 시켜주길 바란다. 나라에서도 보조금 주는 것으로 할일 다했다 생각지 말고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여 말 못하는 병든 어르신들이 마지막 가시지 전 들른 요양기관에서 조금 더 편안히 계실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야겠다.

요즘엔 자녀가 있으나 없으나 늙으면 처량한 신세가 된다고들 한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다. 그러니 우리의 내일을 나라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존엄사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너무 쓸쓸한 마지막을 보내지 않도록 사회구성원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눈 먼 돈이 되지 않도록, 돈 내고도 대접 못 받는 불쌍한 노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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