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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추억과 옛친구들을 찾아 떠나다.제종길의 여행이야기<23>
  • 안산신문
  • 승인 2019.03.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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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 잘린루딘 루미의 시 ‘여행’, 류시화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

외국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여행 가는 나라의 첫 여행이 아니면 최초의 방문 시 갔던 곳을 다시 가고 싶어진다. 첫 여행에서 머물렀던 장소에는 누구나 잊지 못할 추억 하나쯤은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사람일 수도 있고, 사물이나 장소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에너지가 있어야 살아간다.

먹고 소화를 하고 동력을 만들어 일하고 노는 데 쓴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살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정신과 마음에도 동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대개는 그리움이나 설렘에서 온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이 두 단어는 이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에도 동의하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문학 작품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풍광일 수도 있으며 이런 것들과 이성이 포함된 복합적인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현실이 괴롭더라도 어린 시절에서 고향에서 뛰놀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황금기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고, 실제보다 더 과장해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주변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사실이니 아니 다툴 필요가 전혀 없다. 알면서도 그것을 자랑하고 그 자랑을 사실로 믿고 싶은 것이다. 첫사랑의 소녀처럼. 그런데 그것이 장소라면 이 세상의 파라다이스가 된다.

당연히 낙원에는 가장 바르고 아름답게 생활하는 친구들이 있게 마련이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자주 가보면 될 터인데 자주 가게 되지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면 첫사랑의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어떤 때는 그 시절 사진을 꺼내보면서 추억에 젖어본다. 한창 젊을 때의 모습이 그곳에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친구도 낄낄 되며 어울릴 때의 옛친구들이 좋다고 한다. 보통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허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조건이나 가족들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따지지 않아서다. 하지만 짧은 만남에도 오랫동안 영혼을 나누었던 동지 같이 느끼는 친구들이 있다. 외국인에게 그렇게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절친으로 지내는 이들이 있다.

물론 황금기였던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일 것이다. 같은 철학을 가지고 함께 일했던 친구들이 있다면 그 장소가 추억의 중심이 된다. 가끔 그들의 소식이 궁금하고, 가보고 싶고, 일이 생기면 도와주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면서 보고만 싶어 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야 못가본 것을 아쉬워하게 된다. 누구나 세상일이 안 풀리고 답답할 때 그들이 있는 그 장소를 찾아가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 호주 지롱의 토르퀘이(Torquay)라는 곳에서 가족과 함께 일 년을 산적이 있었다. 한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었는데 수업은 하지 않고 연구를 하던 시절이었다. 자연 주말에는 한가하여 빅토리아주 해양연구소 부속이라 할 수 있는 해양환경교육센터(Marine Discovery Center)에 가서 그들이 하는 일들을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 자원봉사자를 뽑는 공고가 나 응모하였고, 유일한 동양인으로 그들과 약 9개월간을 일하게 되었었다. 센터는 토르퀘이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퀸클리프(Queenscliff)라는 평화롭고 예쁜 마을 외곽에 있었고, 스완베이(Swan Bay)라는 기수 호수와 이어지는 수로와 해변과도 가까웠다. 센터를 주도하는 세 젊은이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미혼이었다.

 10년 전에 호주 퀸즐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Brisbane)에서 열린 세계생태학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학회에 참석하기로 한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온통 지롱으로 가는 생각뿐이었다. 그냥 가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비행기로도 4시간 30분이나 걸리고 거리는 1,800㎞가 넘었다. 대회 중에 1박 2일 코스로 싼 비행기를 찾아 다녀오는 것이 최선이었다.

대회 기간에 결국 가기로 하였다. 엄청난 결단이었다. 친구 중 한 명이 멜버른 공항까지 나와 반겨 주었고 하루를 필자를 위해 시간을 내어 추억이 있을 만한 곳을 안내해 주었다. 자세한 설명은 안 했지만, 필자가 갑자기 왜 방문했는지를 잘 알았던 것 같았다. 그날 저녁에는 세 친구와 필자도 잘 아는 환경운동을 하던 친구 한 명을 추가하여 네 가족이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곳의 유명 맥주 빅토리안 비터도 마시며, 자주 보자고 하였었다. 그런데 또 10년이 흘렀다.
 
사진 1. 토르퀘이는 늘 거친 파도가 치는 해변에 자리 잡고 있어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서핑 파라다이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진 2. 해양환경교육센터는 스완베이 호안으로 옮겨 새 단장을 하였다. 이 호수에는 흑조(black swan)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찾는 곳이라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진 3. 지금도 이 센터에서는 직원들이 과거 필자가 했던 것처럼 어린이들과 학생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 4. 네 명의 친구들이 십몇 년 만에 가족을 만들어 그 수가 엄청나게 불어났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항상 행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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