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글을 씁니까? 하루 종일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사랑을 합니까? 온종일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베르나르 앙리 레비가 후배작가인 미셀 우엘맥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제 ‘글’이란 단어를 ‘책’으로 바꿔보면, “당신은 왜 책을 읽습니까? 하루 종일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왜 사랑을 합니까? 온종일 책을 읽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은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어 주고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이에 자극받아 이제부터라도 책을 제대로 읽어볼까 결심하나, 샘솟듯 왕성한 의욕도 잠시 막상 책 앞에 서면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이것저것 눈에 띄는 대로 마구 읽으며 며칠을 보내다 곧 이전의 편안한 삶으로 되돌아가며, 지금까지 이대로도 잘살았는데 새삼 무슨 책읽기냐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런 책읽기의 막막함과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는 길라잡이로 명로진의 《몸으로 책읽기》를 권한다. 저자 명로진은 연예활동을 하면서, 아동, 교육, 글쓰기,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글을 쓰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디라이터 강좌를 하고 있는 특이한 경력 소유자다.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는 작가다.

《몸으로 책읽기》는 저자가 몸소 읽고 체험하며 느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등 2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 과학, 철학, 예술, 여행 등 다양한 분야의 좋은 책들이 재미있는 글말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글 속에서 삶을 이야기한다.

“조선왕조에 대한 책을 읽고 왕릉을 찾았고, 술에 관한 책을 읽고 술을 마셨다. 산에 관한 책을 읽고 헉헉거리며 산에 올랐으며, 오디오 책을 읽고 오디오 마니아를 만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랑에 관한 책을 읽고 사랑을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별에 관한 책을 읽고 이별을 잊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지혜에 관한 책을 읽고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워진다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하고 너스레를 떤다.

책에서 저자는 걷기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의 집에서 사무실까지 평소 차로 사오십 분이면 가던 길을 무려 아홉 시간이나 걸었던 경험담을 소개한다. 그래서 나도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는 동안 희희낙락하며 시화호 길과 상록오색 길을 자전거로 달려보았다.

꽃잎이 휘날리는 산책로는 사랑하기에 더 없이 좋겠지만, 책 읽는 즐거움에서 오는 감흥에 비할 수는 없다. 화창한 날. 또 하나의 삶의 통로인 책을 읽고 엉뚱한 상상과 함께 뭔가를 실천해본다면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바뀌지 않을까 한다.

                                               임기성<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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