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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기 전에 잘 지키라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4.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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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매년 4월 5일이면 삽과 묘목을 들고 산에 올라가야 했습니다. 식목일이어서 나무를 심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산에 가면 남녀노소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마을에서, 여러 곳에서 동원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많으니까 나무 심을 분위기가 나야 정상인데, 솔직히 귀찮았습니다. ‘이 한 그루 심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내 손으로 심은 것이니 나중에 궁금하면 찾아나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나무를 심은 뒤에 가지에 리본 하나를 걸어두고 내려왔습니다. 나무를 심은 뒤에 내려오면서 산을 보는데, 마치 삭발한 것처럼 갈색 흙바닥 위에 작은 나무들이 꽂혀진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여전히 벌거벗은 색깔의 산을 보면서, 그리 큰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잊고 있다가 몇 년 뒤, 어느 식목일에 나무를 심으러 갔다가 우연히 리본을 꽂은 나무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서 나무를 심은 곳에 가봤는데, 그 순간 놀라고 말았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뻘건 벌거숭이산이었던 곳이 어느덧 녹색으로 뒤덮였고, 흙이 적나라하게 보이던 곳이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제가 심은 나무가 어디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리본이 분명히 꽂혀져 있겠지만, 나무가 높이 자리면서 리본도 하늘 높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을, 또 한편에는 놀라움을, 또 한편에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물론 이 나무들이 계속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매년 식목일 전후로 산불소식이 들려옵니다. 느낌만 그런 줄 알았더니, 실제로 2009년부터 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두 번을 제외한 8번이나 식목일을 전후로 산불이 났다고 합니다. 벚꽃이 피어나는 것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날이 풀리고 건조해지자, 조그마한 불에도 금세 크게 번지는 것입니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고온건조한 ‘양간지풍’이 이 시기에 잘 부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불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면 좋겠지만, 청명과 한식이 맞물려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성묘하러 산에 갔다가 흡연이나 다른 목적으로 불을 만드는 일이 많은 것도 큰 이유입니다.

올해도 식목일을 전후로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총 38건의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그 산불로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잘 자라기를 바라며 심어놓았던 그 나무들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나무들이 산불로 사라지고 나서야, 일각에서 다시 식목일을 휴일로 만들어서 나무 심는 날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말합니다. 물론 소를 잃은 뼈저린 경험을 잊지 않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잃기 전에 잘 지킬 수는 없을까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나니까 후회가 됩니다. 계실 때 잘 할걸.” 우리는 때때로 소중한 것을, 소중한 분을 잃고 나서야, 있을 때 잘 지키고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혹시 ‘다음에 하지’라고 생각하고 미룬 것이 있습니까? 누군가에 대한 사랑, 반드시 해야 할 일! 기회가 가기 전에, 소중한 것을 잃기 전에, 할 수 있을 때 잘 지키면 어떨까요? 저도 오늘은 집에 가서 가족들을 한 번 더 안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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