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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있다면 살 수 있다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4.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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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가까이 있으면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외부인에게는 매우 인정받는 사람이라도, 가까이 있는 것이 일상이 되면 소중한 것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저는 최근에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우리 안산에 벚꽃이 이렇게 예쁜 줄 새삼스럽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산의 벚꽃은 미국 워싱턴의 벚꽃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4월이면 늘 보던 벚꽃, 그냥 일상 속에 있던 벚꽃이라서, 소중한 것을 몰랐을 뿐입니다.

그렇게 벚꽃이 만발하던 어느 날,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이 친구는 몸이 좋지 않아서 오랫동안 누워있던 친구였는데, 하루는 벚꽃을 보고 제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같이 벚꽃을 보러가고 싶다고 하기에,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차를 태우고 안산의 벚꽃을 구경시켰습니다. 평소에는 그저 지나쳤을 벚꽃을 본 친구가 너무나 좋아했고, 그렇게 산책하고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뒤에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부인되시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산책을 다녀온 뒤에, 친구의 건강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산책을 다녀왔을 뿐인데, 어떻게 된 것일까? 부인되시는 분의 말씀에 의하면, 남편 되는 제 친구가 벚꽃을 보고 나서, 내년에 다시 벚꽃을 보기 위해서라도 건강해져야겠다고 말하면서, 조금 더 움직이려고 하고, 조금 더 잘 먹으려고 하고, 조금 더 바깥으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인되시는 분께서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내년에도 같이 벚꽃을 보러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저 벚꽃을 봤을 뿐인데, 거기서 삶의 의지가 생기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수많은 음식과 수많은 친구와 수많은 격려의 말이 있었을 텐데, 그동안 친구에게 아무런 의지를 주지 못했던 것일까요?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갖고, 많은 친구가 있더라도, 그것들이 우리를 살게 하지 못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동안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막상 잘 살게 된 지금 허탈해하며 삶의 의욕을 잃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을 일깨우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나, 바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더라도, 4월에 피어날 벚꽃처럼 기대할 것이 있고 행복한 상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폐렴으로 죽어가던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침대에 누워서, 창밖을 쳐다보곤 했는데, 특히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며 자신도 그렇게 죽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잎사귀가 하나 남았을 때, 밤새도록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소녀는 잎사귀가 없다고 생각하고 삶의 의욕을 잃는데, 웬일입니까? 잎사귀가 하나 남은 것입니다. 폭풍에도 견딘 이 잎사귀를 보며, 소녀는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고 결국 살아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돈이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지 않습니다. 친구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 작은 기대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듭니다. 혹시 우리는 오늘 무엇을 기대합니까? 사랑하는 가족과 내일 만날 것을 기대해도 좋고, 시원한 바다, 시원한 산, 아름다운 꽃 등을 만날 날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우리 안에 작은 기대를 만들어봅시다. 그 기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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