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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눈<다니엘 페나크/문학과 지성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5.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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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의 매력은 그림에도 있다. 책표지를 보면 동물원 철장 너머 한 소년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늑대를 바라보고 있다. 늑대는 무심한 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 하는듯한 한 소년과 늑대.

이 책은 모로코 출신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동화책이다. 그는 중등교사를 하면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책을 주로 집필하였고 <늑대의 눈>은 프랑스 아동문학의 고전이라 불릴 만큼 인정받은 책이다.

매일 동물원에 와서 늑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소년은 그와 소통하고 싶다. 하지만 이미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늑대는 소년과 소통할 생각이 없다. 아니 인간이라면 몸서리쳐질 만큼 싫다. 일부러 한쪽 눈을 감은 채 세상을 보는 늑대는 지난 10년간 동물원에 갇혀 지내면서 다시는 인간에게 호기심을 가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소년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이 늑대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늑대의 눈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소년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외면하는 늑대는 소년이 성가시다. 어느 날 어디 두고보자하는 심정으로 소년과 눈을 맞춘 늑대는 깜짝 놀란다. 소년 역시 그와 소통하기 위해 한 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로소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으로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소년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누군가의 눈을 그토록 오래 쳐다본다는 것은 관심과 애정의 발로임을 느낄 수가 있다.

소년은 말한다. 네 이야기를 들려줄래? 서로의 이야기를 모른다면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거든. 그리고 소년은 자기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소년의 이름은 ‘아프리카’다. 진짜 이름은 모른다. 그저 어린 시절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걸 막기 위해 어머니는 그를 떠돌이 상인 토아에게 딸려 보낸다. 어디든 좋으니 이 아이를 데려가라고. 상인 토아는 마지못해 아이를 떠맡으며 중얼거린다.

“아! 아프리카! 저주 받은 아프리카!”

이 한마디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찌른다. 저자인 다니엘 페나크는 모로코 출신이다. 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정복자들이 아프리카를 조각조각 나누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소년은 늑대의 눈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늑대는 사소한 기억까지 모두 다 소년에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쏟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푸른 늑대’의 지독한 고독을 소년은 들어주었다. 감싸주었고 충분히 위로해 주었다. 우리는 누군가와 소통해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인 동물이고 그건 늑대를 비롯하여 모든 동물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년 ‘아프리카’와 또 다른 의리와 우정을 보여준 낙타 ‘냄비’의 이야기는 특별하고 감동적이다. 낙타 냄비는 틈만 나면 아프리카를 버리려는 상인 토아로부터 아프리카를 지켜주고 싶다. 낙타 냄비는 자기 등에 꼭 아프리카를 태워야만 움직였다. 사고로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이 책은 어린아이와 청소년을 위한 동화책이다. 하지만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동화책이지만 이렇게 철학적이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동물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지 소년의 눈에 비친 노란 아프리카, 회색 아프리카, 초록 아프리카를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환경과 사람, 그리고 동물과의 관계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그림을 그린 자크 페랑데즈는 예술가를 자처하며 ‘그럴 듯한 말로 자기를 포장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고 소개에 적어 놓았다. 그림마저도 철학적이다.

 

전인숙(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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