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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보다 해석이 중요하다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5.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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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큰 일을 만나야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한 인생이나 역사가 바뀌는 것은 의외로 작은 것에서 비롯됩니다. 강력한 러시아 제국이 20세기 들어서 무너진 것은 1905년 수천 명이 러시아 농민들이 짜르의 겨울광장 앞에서 배고픔을 호소하다가 기병들에게 살해당하는, 왕실의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작은 사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또 서독과 동독의 통일은 한 대변인의 웃지 못할 착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래 이어질 것 같던 베트남 전쟁도 한 사진작가가 전 세계에 전송한 사진 하나로 인해 끝났습니다. 1972년 어느 날, 미군이 베트남의 작은 마을을 폭격합니다. 그 때 한 9살 된 소녀가 발가벗은 채 절규하며 도로를 뜁니다. 그 때 그 소녀를 보고 사진기자 닉 우트가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그 사진은 다음해, 최고의 언론인에게 주는 ‘퓰리처 상’을 받습니다. 이 사진에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을 끝내라고 말하면서, 전쟁이 끝나게 됩니다.

이처럼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그러나 사진에 찍힌 소녀의 마음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소녀는 사진에 찍힌 줄도 몰랐습니다. 사진기사에 의해 병원에 갔던 소녀는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신체 30%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녀는 1년이 넘는 동안 총 17번의 피부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한 시간을 보낸 뒤, 소녀는 나중에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 사진이 언급될 때, 소녀는 매우 싫어합니다. 사진이 언급될 때마다, 그 때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1992년 쿠바 유학 도중에 남편과 함께 캐나다로 망명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을 언급할 때마다, 사진을 인용하며 이 소녀를 이야기합니다. 이 상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소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했을까요?

소녀는 그 상처를 감추기보다, 더 좋은 기회로 사용하기로 합니다. 유엔으로부터 평화친선대사로 임명 받고 활동합니다. 1997년부터는 평화 자선단체를 만들어서, 전쟁고아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그녀는 지난 2월에 ‘인권평화상’을 수상합니다. 어느덧 50대의 중년이 된 소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다고 외치며, 힘든 아이들을 찾아서 다가가고 있습니다.

말만 들으면 참 행복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소녀가 겪었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 사건을 악몽으로 기억하기보다, 또 다른 기회로 삼으려고 했기에, 지금의 위대한 일을 이룹니다. 많은 분들은 무슨 일을 만나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을 만나는 것이 더 좋은 겁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소녀처럼, 내가 만나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더 좋은 기회로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인간도 일생에 단 한 번은 아쉬운 일, 화나는 일, 불행한 일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으로는 그 불행의 정도를 평범한 것과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각 개인에게는 모두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럴 때 그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그 일을 새로운 일의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무조건 잊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조건 되새기고 기억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일을 갖고 새로운 일을 만들 때, 소녀처럼 우리를 통해 다른 세상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나는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 속에 어쩌면 힘든 일에만 파묻혀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건보다 해석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해석으로 세상을 바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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