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로 살고 있니>, 책 제목에서부터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바쁘고 복잡한 삶 속에서 자아성찰까지 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며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찾으려 한다. 이 소설의 서술자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 김숨은 자아성찰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 시간, 행복 등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일들을 문장마다 심금을 울리는 특유의 차분하고 아름다운 필체로 소설에 담았다. 읽는 동안 편안함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해준다.

이 소설은 편지소설로써 서술자인 ‘나’와 서술자의 환자인 ‘당신’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와 ‘당신’이 서로의 존재를 묻는 동안 독자도 저절로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15년 차 무명 배우였던 서술자는 무대에서 긴장하여 발작을 일으켜 쓰러진다. 그 후 서술자는 배우를 그만두고 간병인이 된다. 서술자가 간병을 맡은 환자는 식물인간이다. 11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이 없다. 서술자는 자신의 환자를 ‘당신’이라고 부르며 환자가 아닌 특별한 존재로 바라본다. 당신은 생리적 반응으로 눈을 뜨거나 아무 의미 없는 말을 내뱉는다. 간호사나 병동을 같이 쓰는 환자들은 아무 의미 없는 반응이기에 넘어간다. 하지만 서술자는 당신의 신체적 특징, 생리학적 반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 당신과 자신이 누구인지 찾으려고 편지 속 서술자는 항상 자문자답한다.

그렇다면 서술자는 식물인간인 당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책의 목록 중 하나인 ‘거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요. 거울 속 얼굴이 당신 얼굴이 아니라 내 얼굴 같습니다. … 인간은 어째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할까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욕망, 나르시시즘과 닿아 있는 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타인들의 얼굴이 아닐까요. 타인들의 얼굴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아 헤매다 거울 앞으로 가 앉는 것이 아닐까요.”  
 
거울 속 당신과 서술자를 비추는 장면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거울 속 여인>이 떠오른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거울 속 여인>을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거울 속 여인>에서 거울은 사물의 다각면을 먼저 비춘다. 그리고 여인의 화려한 겉모습을 비춘 다음 초라한 내면을 비춘다. 이 전개 방식은  자아를 여러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에서 당신과 서술자를 비추는 방식이 <거울 속 여인>과 비슷하다. 거울은 당신과 서술자의 겉모습을 먼저 비춘 다음에 인간의 내면인 욕망을 비춘다. 자신의 욕망과 나르시시즘 또한 타인의 욕망에서 영향을 받는다. 결국 자아와 타자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결론으로 도달하게 된다. 거울을 통해 타인과 나의 관계는 자아성찰에서 떼어낼 수 없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는 <월간 채널 예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이 책이 전달하고 있는 주요 메시지임을 알 수 있다. 김숨 작가는 "나를 잘 모르면 타인의 존재도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나를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타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지고, 알게 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나 자신을 아는 것은 타인의 존재를 아는 것과 일맥상통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 자신을 모르기도 하지만  가족, 친구, 애인 등 가까운 타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의 등장인물인 남편도 그러하다. 왜냐하면 서술자가 당신에게 복숭아 과즙을 주기 전까지 자신의 아내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편보다 당신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자아성찰에 노력하고 있는 서술자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나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가까운 타인조차 잘 모른다. 복잡한 삶 속에서 지쳐 자신을 잃게 되고 동시에 타인에 대해 무관심해졌을지도 모른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자신과 타인에게 소홀해진 우리를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알고 싶거나 혹은 인간관계에 소홀해진 것 같다면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권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여러 번 하게 될 것이다.

                                              전지환<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심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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